다큐 필름에서 본 우유니 사막은 아니 꿈속에서 본 그곳은, 사실 어느 쪽이 맞는 풍경인지 그녀는 확신할 수 없었다. 남한의 10분의 일 크기, 충청남도 넓이와 비슷한 우유니 소금 사막 호수의 소금물이 건조하면 꿀 벌집 같은 육각형 무늬의 소금결정체들로 사방이 하얗게 뒤덮였다. 천연소금으로 뒤덮인 소금사막이다. 멀리 산들이 섬처럼 보이고, 약간의 비라도 올라치면 소금호수에 하늘의 구름이 비치면서 마치 커다란 거울처럼 하늘을 담아낸다. 그 하늘이 담긴 소금호수에 빠져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아름다운 곳, 밤에는 헬 수도 없는 별들이 쏟아져 내리는 그곳, 소금 사막에서 별을 본 사람들은 그 수많은 별들을 보기 위해 사막을 다시 찾는다고 했다. 사막에다 침낭을 가져와 깔거나 덮고 누워서 밤하늘의 무수한 별들을 바라본 경험을 해 본 사람은 그 경험 이전의 존재와 다른 존재가 될지도 모른다고 그녀는 생각했다.
그녀의 상상 사이로 현실의 밤이 겹쳤다. 갯벌의 밤하늘이 우유니 사막과 다를 것이 없었다. 그녀는 담요를 깔고 드러누워 밤하늘의 별을 올려다보았다. 별보기 체험을 실행하느라 밤에는 가로등을 모두 끄는 섬, 증도는 유난히 별이 잘 보이는 섬이다. 하늘의 별을 모두 다 세 볼 작정으로 그녀는 별들을 세나갔다. 그녀에게 별의 숫자는 무한대처럼 보였다. 하긴 무한대란 비현실의 수학적 표현이라고 누가 그랬던가? 그러니까 영원이라는 건 비현실이다. 영원한 사랑, 영원한 삶 등등. 하지만 그녀는 그 비현실을 사랑했다.
별을 세다가 방향을 잃으면 처음부터 다시 세다가, 그러다가 문득 환영인지 실제인지 그녀는 빛을 발하지 않는 별 하나를 찾아냈다. 빛을 발하지 않는데도 그녀 눈에만 보이는 그런 별 하나를. 그러면서 문득 그즈음에 어느 과학 잡지에서 읽은 태양계의 지식이 겹쳐 떠올랐다. 태양계의 많은 행성들은 타원형 궤도를 가지고 있으며 그 궤도는 다른 행성에 의한 영향 때문에 궤도 축을 중심으로 조금씩 회전한다. 일단 바깥에서 중력반경 안으로 들어가면 어떤 물체도 다시 바깥으로 빠져나갈 수 없다. 따라서 중력 반경 안의 영역은 외부 관측자에게 전혀 빛을 발할 수 없으며, 그것은 과학적 용어로 ‘검은 구멍’이라 불린다. 이것의 물리적 의미는 별의 진화과정에서 이해할 수 있다. ‘수브라마니안 찬드라 세카르’는 모든 별은 모든 진화가 끝난 뒤 한없이 수축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검은 구멍은 그 별들의 최종상태라 생각된다. 현재 관측할 수 없는 검은 구멍으로 보이는 천체가 몇 개나 존재하는지 확증할 길은 없다. 그녀가 갯벌 한가운데의 거대한 하늘에서 찾아낸 그 빛을 발하지 않는, 진화를 멈춘 별은 어쩌면 시아버지의 별이었을까? 그러나 현실 속의 시아버지는 드문 순간이지만 가끔은 세상 어느 별보다도 더 반짝이는 별로 돌아오기도 했다. 증도에서는 더욱 자주 그랬다. 빛을 발하지 않는 별의 궤적을 따라가고 있는데, 펜션 주인 할머니와 시아버지가 텔레비전을 보다 말고 밖으로 나와 그녀 곁에 앉았다. 그러면서 시아버지의 옛이야기는 또다시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