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음
이제 와 생각하니 젊음이란 순도에 대한 열망이었다. 100프로 순도에 대한 열망, 구름 한 점 없는 완벽한 푸른 하늘, 완전한 우정, 완전한 사랑, 완전한 자유, 100 프로 면, 100 프로 천연식품, 나이가 든다는 건 사물의 혼탁함을 용납해가는 일이 아닐까?
세탁기 속의 각기 다른 종류의 빨래들처럼 감성과 현실이 마구 섞여 돌아 어느 정도 순도의 깨끗한 빨래가 되어 나오는 것만 해도 얼마나 다행인가? 이런 생각들은 내 비겁함의 존재 증명인가? 하지만 정말 여기까지 오는 것도 쉽지 않았다.
서른 살에 죽은 좌익 학생 운동가를 떠올린다. 만일 그가 죽지 않았다면, 그리고 그가 불운하게도 속물이 아니라면, 그는 벌써 오래 전에 자신이 바라던 삶에 절망했을 것이다.
하늘 아래 새로운 깃발은 하나도 없고, 되풀이되는 생명의 매너리즘을 이 시대쯤엔 아는 사람은 다 안다. 문득 이런 구절이 떠오른다.
"우리는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는 자가 아니다. 다만 할 수 있는 것을 하는 자다. 이것은 우리 개인만 그런 것은 아니다. 우리 사회도 마찬가지다. 아마 신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바라는 대로 이 세상을 만들 수는 없었을 것이다."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