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시평은 오늘의 세상을 바라보는 청년들의 목소리입니다. 서울대 학생들이 글쓰기 강의시간(지도강사 : 차익종)에 쓴 시평을 <나비>에 게재합니다. 최근 청년들의 책읽기나 비판적 사고가 종말을 고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는데, 이 시평들을 통해 아직 무르익지는 않았지만 현실을 살피는 청년들의 참신한 시선을 함께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편집자 주)
NEAT와 TEPS 등 국내 영어시험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 대학(원) 입학과 졸업, 회사 취업이나 승진 시험에서 인정하는 영어시험은 대부분 토익시험이며, TEPS는 토익시험에 비해 지나치게 어렵다는 점과 매달마다 들쭉날쭉한 난이도, NEAT는 대부분 대학 입시에 활용 범위가 한정되어 있다는 점에서 많은 수험생에게 외면받고 있다.
사실 NEAT와 TEPS는 토익시험의 여러 가지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한 대체시험으로서 개발되었다. 토익시험은 비싼 응시료와 한 끼 밥값에 이르는 성적표 재발급 비용, 그 밖에 불합리한 취소 수수료 규정으로 불만의 목소리가 예전부터 있었다. 또한, 성적표에는 문제 공개는커녕 답 공개도 되어 있지 않아 다음 달 토익시험 접수기간까지도 자신의 점수를 알 수가 없는 등 수험생들이 겪는 불편은 한둘이 아녔다.
토익시험에 대한 개선요구가 빗발쳤음에도 우리나라의 토익시험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고 시험주관처 ETS가 독점적 지위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개선 요구가 거의 수용되지 않았다. 불만의 화살이 종종 YBM으로 향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대행사에 불과한 YBM은 사실 토익시험에 대한 권한이 거의 없다. 또한, 공정거래위원회가 몇 가지 불합리한 규정을 수정하기 위해 ETS를 설득하는 데에 1년이나 걸렸다고 하는 것을 보면 시험주관처 ETS는 국내 불만의 목소리에 대단히 비협조적인 것을 알 수 있다.
영어시험 의존도 자체를 낮추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유일한 근본적인 해결책은 ETS가 한국에서 더 이상 독점적 지위를 유지하지 못하게 하는 것뿐이다. 정부와 교육 당국을 중심으로 한 NEAT와 TEPS 등 대체시험 개발은 이러한 배경에서 이루어진 노력으로 이해할 수 있다. 토익시험에 대해 별다른 권한이 없는 YBM에 각종 시정조치를 내린다거나 비협조적인 시험주관처 ETS를 상대로 불필요한 힘겨루기를 하는 등의 일시적 조치가 아니라 국내에서 토익시험을 대체할 수 있는 TEPS나 NEAT 등의 자체적인 시험 개발은 많은 사람의 기대를 불러일으켰다. 이는 ETS의 독점적 시장지배라는 구조를 근본적으로 개선하여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는 점에서 궁극적으로는 유일한 해결책이며 긍정적으로 평가할만하다.
그러나 정부와 교육 당국의 노력이 무색하게 올해 토익시험 응시료는 3,000원 인상되었으며 불합리한 재발급 비용도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 이는 TEPS나 NEAT 등의 시험이 토익시험을 전혀 대체하지 못했음을 의미한다. 고용정책에서 사기업들의 모범이 되어야 할 공기업부터 토익점수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은 이들 시험이 대체시험으로서의 제 기능을 못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정부와 교육 당국은 대체시험의 개발 못지않게 시험의 활성화를 위한 대책을 강구하는 노력이 중요하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시험의 난이도를 적절하게 조정하고 대체시험을 활용할 수 있는 범위를 늘리는 압박이나 법제화 시도가 이루어져야 한다. 공기업부터 앞장서서 변화를 시도하고 정부가 나서서 대체 시험 활성화를 위한 구체적이고 제도적인 방안들을 마련해야 한다. 그렇게 할 때 비로소 대체시험이 제 역할을 다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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