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시평은 오늘의 세상을 바라보는 청년들의 목소리입니다. 서울대 학생들이 글쓰기 강의시간(지도강사 : 차익종)에 쓴 시평을 <나비>에 게재합니다. 최근 청년들의 책읽기나 비판적 사고가 종말을 고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는데, 이 시평들을 통해 아직 무르익지는 않았지만 현실을 살피는 청년들의 참신한 시선을 함께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편집자 주)
요즘 들어 부쩍 늘어난 오디션 프로그램이나 노래 경연 프로그램을 그리 달갑게 생각하지 않는다. 가수들 간의 등수를 가르는 구조가 굳이 필요한가 싶다. 또 아이돌 전담 작곡가가 심사위원 자리에 앉아 누군가를 평가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민망할 지경이다. 그래도 한 가지, 이러한 프로그램들에 박수를 쳐줄 수 있다면 음악 순위에 '공들인 음악'이 올라올 수 있는 활로를 마련해주었다는 점이다.
한국의 대중가요가 그야말로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시점에서 대중가요에 대한 비판이 무색할 수도 있다. 하지만 필자가 꼭 꼬집고 싶은 점은 대중가요 작곡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마음가짐이다. 이름만 대면 소위 히트곡을 떠올릴 수 있는 유명 작곡가들이 있다. 언제부턴가 곡을 '누가 불렀나?' 만큼 '누가 만들었나?' 또한 곡의 성공 여부에 중요한 척도가 되었다. 그만큼 작곡가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하지만 그들에게 묻고 싶다. "당신은 정말 작곡을 하고 있습니까?"
한때 대중가요를 대중예술의 범주에 넣어야 하는지에 대한 갑론을박이 있었다. 이에 대한 필자의 생각은 '아니다'이다. 대중가요는 쉬워야 한다. 청자의 감정이입이 쉬워야 하고 때론 처음 접한 곡에도 흥이 날 수 있어야 한다. 그 안에 함축된 의미를 미학을 빌어 해석할 필요도 없고 화음 전개에 감탄할 필요도 없다. 대중가요는 말 그대로 ‘대중’이 쉽게 이해해야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대중가요를 쉽게 만들어선 안 된다.
최근 가요시장을 보면 이전과 달리 수많은 곡이 빠른 시간 내에 쏟아져 나온다. 이는 이전과 크게 달라진 작곡 과정 때문이다. 이제 작곡가는 펜을 잡지 않는다. 대부분의 작곡 작업은 컴퓨터가 펜의 역할을 대신한다. 특히, 몇몇 유명 작곡가는 컴퓨터 앞에 앉아 기존 외국가요를 조금 변형하거나 작곡 프로그램에 저장된 수많은 샘플을 짜깁기하여 신곡을 발표한다. 심지어 기존 자신의 유명한 곡을 편곡하다시피 한 곡을 신곡이라며 버젓이 발표하는 예도 있다. 이런 작곡행태가 오래 지속되면서 대중들은 익숙한 멜로디가 좋은 것이라는, 일종의 ‘착각’에 빠지게 된다.
더불어 현 대중가요 작곡은 '돈 되는 음악'에 집중한다. 대중가요 작곡으로 돈을 버는 것이 옳지 않다는 소리는 결코 아니다. '돈 되는 음악'에만 집중한 작곡은 앞서 말한 편중된 장르와 획일적인 곡 분위기를 형성할 수밖에 없고 대중은 자신도 모르게 중독되어 간다. 이러한 작곡행태는 대중들로부터 무엇이 '진짜 좋은' 곡인지 판단할 기회를 앗아간다는 점에서 큰 문제가 있다.
대중가요 작곡가들은 주장한다. "불법 음원을 받지 말아 주세요!" 나도 주장한다. "돈 아깝지 않은 곡을 만들어 주세요!" 음악을 만드는 사람이라면 공감할 것이다. 자신이 작곡한 곡에 대한 애착은 자식을 낳은 부모의 그것과 유사하다. '키워주면 내게 돈을 벌어다 주겠지!' 란 기대 하나만으로 자식을 키우는 부모를 나쁘다고 한다면 돈만을 위해 곡을 '생산하는' 작곡가도 나쁜 작곡가이다.
현재 대중가요들의 질을 문제 삼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그보단 작곡에 대한 최소한의 양심과 책임의식을 지니는 작곡가의 태도를 말하고 싶다. 듣기 쉬운 음악이라고 해서 쉽게 만들자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전 세계가 한국의 음악 시장에 관심을 보이는 시점에서 부끄럽지 않은 음악을 만들어야 할 필요가 있다.
★ 본 기고글은 <나비>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