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시평은 오늘의 세상을 바라보는 청년들의 목소리입니다. 서울대 학생들이 글쓰기 강의시간(지도강사 : 차익종)에 쓴 시평을 <나비>에 게재합니다. 최근 청년들의 책읽기나 비판적 사고가 종말을 고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는데, 이 시평들을 통해 아직 무르익지는 않았지만 현실을 살피는 청년들의 참신한 시선을 함께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편집자 주)
지난 2년 동안 프로 야구 8개 팀의 감독이 모두 교체되었다. 2011년 감독 데뷔 첫해에 우승을 거머쥔 류중일 감독은 2013년에는 현재 각 팀에서 감독으로 재임한 기간이 가장 긴 감독으로 거듭나게 된 것이다. 프로 스포츠에서 잦은 감독 교체는 놀라운 일은 아니다. 프로스포츠의 가장 큰 목표는 흥행과 성적이다. 그 때문에 팬이 만족하지 못하거나 원하는 성적을 내지 못하는 감독은 오래가지 못한다. 그러나 누군가 감독이 되어 한 팀의 사령탑에 오르고 내려가는 것은 사람 사이의 계약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최근의 감독 교체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바로 그 과정에서 기본적인 예의가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일례로 한대화 전 한화 이글스 감독은 계약 마지막 해인 올해 결국 계약기간을 다 채우지 못하고 퇴출당했다. 그가 구단이 원했던 리빌딩과 성적 향상을 이뤄내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퇴출 이전부터 그의 의견과 상관없이 코치진이 교체되는 등 사실상 감독으로서의 권위를 상실했다는 이야기가 외부에까지 들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모습이다. 계약을 통해 3년간 그에게 팀을 맡긴 것은 구단의 결정이었다. 그렇다면 결과가 좋지 않았을 때 감독에게만 책임을 물을 것이 아니라 결정에 대해 구단 역시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심지어 성적과 팬들의 호응을 모두 얻었음에도 계약 기간 도중 일방적 계약 해지 통보를 받은 일도 있었다. 몇 년간의 전력 누수에도 전반기 돌풍을 일으키며 가능성을 보여주었던 김시진 전 넥센 히어로즈 감독이 시즌 종료를 며칠 남기지 않고 경질됐다. 계약이 중간에 파기된 것도 문제지만 더욱 주목할 것은 시즌 막바지에 진행되었다는 사실이다. 자신이 한 시즌 동안 이뤄낸 결과를 마지막까지 확인하고 마무리할 권리마저 박탈당한 것이다.
예의를 지키지 못하는 것은 구단뿐이 아니다. 계약은 쌍방 간에 이루어진다. 감독 역시 마지막까지 계약한 팀에 대한 예의를 잊어선 안 된다. 김경문 현 엔씨 다이노스 감독은 2011년 성적에 대한 책임을 이유로 시즌 도중 두산 베어스 감독직을 사퇴했다. 그에 대한 미안함으로 구단은 사퇴 후에도 그 해의 연봉을 계속 지급하기로 하였고 팬들은 신문에 감사 메시지를 띄웠다. 그러나 그는 시즌을 채 마치기도 전에 엔씨 다이노스와 감독 계약을 맺었다. 떠나는 이를 대하는 구단과 팬의 예우에 비하면 감독이 보여준 예의는 상당히 초라했다.
프로스포츠 세계는 결과로 모든 것을 이야기하는 결과주의가 다른 어느 분야보다도 널리 퍼진 곳이다. 이토록 과정보다 결과가 중요시되는 세계에서 정작 감독 계약의 마무리는 중요시되지 않는 듯하다. 예의가 사라진 감독 교체의 모습은 당사자들뿐 아니라 보는 이도 불편하게 만든다. 그뿐만 아니라 이는 시즌 동안 감독을 믿고 따라온 선수들과 팬들의 믿음마저 기만하는 행위이다. 세계무대에서도 수준을 인정받고 있는 한국 프로야구의 우아한 플레이만큼 이별하는 방법 역시 우아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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