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시평은 오늘의 세상을 바라보는 청년들의 목소리입니다. 서울대 학생들이 글쓰기 강의시간(지도강사 : 차익종)에 쓴 시평을 <나비>에 게재합니다. 최근 청년들의 책읽기나 비판적 사고가 종말을 고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는데, 이 시평들을 통해 아직 무르익지는 않았지만 현실을 살피는 청년들의 참신한 시선을 함께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편집자 주)
셧다운제도는 여성부가 시행하고 있는 정책 중 가장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제도이다. 여성부는 지난 2011년 11월 20일부터 16세 미만의 청소년을 게임 중독으로부터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청소년 인터넷게임 건전이용제도(일명 셧다운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shutdown'은 일정 시간 동안 컴퓨터의 일부 접속을 차단하는 기술적 조치로, 셧다운제도에 따라 인터넷 게임 서비스 업체는 오전 0시부터 6시까지 청소년의 게임 이용을 강제 차단해야 한다. 물론 전국의 청소년들이 격렬한 반발이 이어졌으나, 그에 못지않은 학부모들의 열렬한 지지도 있었다. 그런데 셧다운제도가 가진 모순과 허점으로 인해 청소년들보다 더 심각한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은 갑자기 날벼락을 맞게 된 게임 업체들이다.
먼저 셧다운제도의 게임물 평가 기준이 매우 모호하게 규정되어 있다. 여성부는 인터넷게임이 중독을 유발하는 구조적 요인을 갖췄는지 평가하는 기준으로 '강박적 상호작용', '과도한 보상구조', '우월감과 경쟁심 유발'이라는 세 가지 항목을 제시했다. 각 항목의 척도를 점수로 측정하여 3점이 넘어가는 항목이 있으면 셧다운제의 대상이 된다. 문제는 이러한 기준이 매우 주관적일 뿐만 아니라, 게임이 가지고 있는 긍정적 요소까지 부정적 평가를 위한 지표로 쓰였다는 것이다. 10월 31일 확정 발표된 게임물 평가계획에는 '게임 캐릭터의 레벨, 능력을 높이기 위해 다른 게이머들과 역할을 나누어서 지속적으로 이용해야 하는 게임이다.'라는 측정문항이 있다. 그런데 인터넷게임에서 다른 게이머들과의 협력이 필요하다는 것은 게임을 통해 협동심을 기를 수 있다고도 해석할 수 있다. 꾸준히 노력하면 더 많은 보상을 얻을 수 있는 게임 구조 또한 부정적인 평가지표로 쓰였다. 셧다운제도로 인해 만만치 않은 경제적 손실을 보고 있는 게임 업체들은 이에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 평가기준대로라면 거의 모든 게임이 중독성을 가진 유해매체로 분류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셧다운제도가 가지고 있는 모순은 정말 황당하다. 셧다운제도가 외국 게임 업체의 게임물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청소년들은 자정이 넘으면 부모의 아이디를 사용하거나 외국 게임 업체의 게임을 하면 그만인 것이 아닌가! 국내 게임 업체들은 셧다운제도 실행을 위해 서버를 따로 만들거나 청소년 계정을 따로 관리해야 하는 등 추가적인 비용 지급이 불가피하다.
게임 산업에 대한 충분한 이해 없이 작성된 평가 항목은 남다른 창의성과 도전 정신으로 게임 한류를 이룩하고 있는 게임 산업의 발목을 잡는 일이 될 수 있다. 셧다운제도 자체의 실효성과 정당성을 떠나서 정책의 실행 기준이 모호하고, 그 모호함으로 인해 피해를 받는 게임업체들이 생겨나는 것은 안 될 일이다. 여성부가 셧다운제도의 비합리적인 측면을 인정하고 사회의 여론과 비판의 목소리를 수렴하여 개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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