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시평은 오늘의 세상을 바라보는 청년들의 목소리입니다. 서울대 학생들이 글쓰기 강의시간(지도강사 : 차익종)에 쓴 시평을 <나비>에 게재합니다. 최근 청년들의 책읽기나 비판적 사고가 종말을 고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는데, 이 시평들을 통해 아직 무르익지는 않았지만 현실을 살피는 청년들의 참신한 시선을 함께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편집자 주)
지난 10월 30일 부산에서 여자 청소년 3명이 아파트에서 뛰어내려 목숨을 끊은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뿐만이 아니라 포털 사이트에 청소년 자살에 대해 검색하면 대구 중학생 자살, 대전 여고생 자살 등과 같은 연관 검색어들이 많이 등장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에 대해 많은 사람이 청소년 자살률을 줄이기 위해서는 입시 교육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최근 가장 이슈가 되고 있는 대통령 선거와 관련해서도 여러 대선 후보들이 청소년 자살 문제 해결방안들을 제시하고 있는데 이러한 해결 방안들의 근본에는 청소년 자살의 원인은 과도한 입시교육이라는 가정이 깔려 있다.
물론 청소년의 자살률에 학업이라는 요인이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음은 명백하다. 이는 최근 조사된 자료에서도 나타나는데 청소년의 학업에 대한 스트레스가 학년이 올라갈수록 증가하여 고등학생은 74.3%에 이르는 학생이 스트레스를 경험하고 있다고 응답하였다. 또한, 자살에 대해 생각해본 학생 중 36.7%가 그 이유로 학업·진로 문제를 꼽았다. 이는 분명히 청소년 자살률과 입시교육이 상관관계가 있음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입시교육만 개선하면 청소년 자살률이 낮아질 수 있을까? 청소년 자살률에 영향을 주는 요인에는 입시교육뿐만 아니라 다른 복합적인 요인들이 분명히 존재한다. 먼저 가족관계에서 다른 요인을 살펴볼 수 있는데, 가족의 사회경제적 지위 즉, 아버지의 낮은 교육수준과 가족의 낮은 경제수준에 대한 스트레스나 걱정이 청소년 자살생각과 관련성이 있는 것으로 일관되게 보고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대중매체가 청소년 자살에 미치는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최근 많이 거론되고 있는 인터넷 자살사이트와 대중매체 유명인 자살보도가 그 예이다. 서울가정법원 소년자원보호자협의회의 초·중·고생 2,807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의하면, 청소년의 10명 중 3명이 자살사이트 접속경험이 있었으며, 이들 접속자 중 34%가 실제 자살을 계획했음이 나타났다고 했다. 또한, 베르테르 효과라는 단어에서도 알 수 있듯이 유명인의 자살 또한 청소년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다. 유명인의 자살이 대중매체를 통해 보도된 후 2~3주 동안 대략 청소년 자살이 7~10% 증가한다는 사실만 보아도 그 효과가 얼마나 큰지 예상할 수 있다.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청소년의 자살은 단지 입시교육이라는 하나의 틀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즉, 입시교육만 개선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가족·학교·친구·사회 환경들이 매우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현상이며, 이를 예방하고 해결하는 접근 또한 다각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부디 정책 결정자들이 청소년 자살 현상의 다양한 요인들을 철저히 분석해서 일부분에만 초점을 맞춘 해결 방안이 아닌 다각적이고 통합적인 해결 방안이 나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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