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조합의 어원
협동조합은 협동하는 조합이다. 사실 협동조합協同組合이라는 말 자체는 우리식 한자어가 아니다. 협동도, 조합도 모두 일본식 한자어다. 같은 한자문화권이고 더욱이 근대화 과정에서 일본의 강제적 지배를 받았기 때문에 일본식 한자어가 우리나라에 들어와 그대로 쓰이게 된 것이다.
일본식 한자어이긴 해도 협동조합이라는 한자의 의미를 따져보는 것은 협동조합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 먼저 협동에 대해서인데, 협동協同은 마음[忄=心]과 세 힘[力]을 하나로 모은 것[同]이다. 힘만 모아서는 협동을 이룰 수 없다. 그 힘을 쏟는 마음도 모아야 비로소 협동이라 할 수 있다.
영어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협동을 영어로 cooperation, 협동조합을 cooperative라 하는데, 이는 실은 ‘함께, 모으다’라는 뜻의 co와 ‘힘쓰다, 일한다’라는 뜻의 operation이 결합한 말이다. 영어에서나 한자어에서나 협동은 힘을 하나로 모으는 것, 함께 노동하는 것을 가리킨다.
협동조합에 대해 우리는 그다지 친숙함을 느끼지 못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중압감마저 받는다. 협동조합이란 말이 우리에게 친숙하지 못한 이유는 그것이 일본으로부터 건너온 외래어이기 때문이고, 협동조합으로부터 우리가 중압감을 받는 이유는 협동보다는 조합에 더 무게가 가 있기 때문이다. 뭔가 골치 아픈 법률적 제도적 장치들이 협동조합의 자유로운 설립과 운용을 가로막고 있는 듯이 느끼게 한다.
하지만 실은 조합이라는 말 자체는 그리 어려운 말이 아니다. 조합組合의 조組란 본래 실을 땋아서 만든 끈을 가리키는 말이다. 조직組織이 씨실을 나타내는 조組와 날실을 나타내는 직織으로 이루어진 것에서 그 흔적을 찾을 수 있다. 그러던 것이 일본에서 단지 물건만이 아닌 사람이 인위적으로 결합한 경우로까지 조組의 쓰임이 확대되었고, 그 맥락에서 조합이란 말도 생겨났다.
영어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조합에 해당하는 영어에는 society와 union 두 가지가 있는데, 보통의 협동조합에서는 조합을 society로 표현하고, 신용협동조합이나 노동조합에서는 조합을 union으로 표현한다. society는 친교나 우애를 가리키는 라틴어 societas에서 온 말이다. society의 어근 soci도 친구나 동료를 가리킨다. 우리는 보통 ‘society’ 하면 우리의 선택과는 무관하게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로 이해하지만, 사회란 실은 사람들의 모임 이외의 다른 것이 아니다. 조합society은 한 마디로 친근한 사람들끼리의 ‘모임’인 셈이다.
따라서 조합, 즉 모임이 무엇인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협동조합에서 중요한 것은 법률적이고 제도적이 장치로서의 조합이 아니라, 함께하는 사람들끼리의 협동이다. 문제는 그것이 어떤 협동이고, 어디로 향하는 협동이냐 하는 것이다. 협동조합의 ‘협동’에 대한 규정과 방향성이야말로 협동조합의 현재와 미래를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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