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꽃이 활짝 피어나지는 않지만, 모든 꽃은 반드시 진다. 꽃이 시드는 모습은 피는 장면만큼 아름답지는 않지만 그 추함의 인상적임에 있어 개화를 능가한다. 꽃병에 갇힌 채, 서서히 생기를 잃어가는. 조금씩 탁하게 변해가는, 탄력을 잃어가는 꽃잎, 죽음에 가까워지는 냄새. 처음 봤을 때 드물게 생생한 들꽃이었던 세영이는 활짝 피어날 가능성으로 가득했다. 나는 나의 탁월한 발견에 감탄하며 서둘러 꽃봉오리가 가득 맺힌 꽃 무더기를 꺾어 꽃병에 꽂았다. 그리고 차갑고 투명한 물에 약간의 독을 섞었다. 꽃봉오리는 활짝 피어나는 대신 정지된 채 쪼그라들기 시작했다. 얼어버린 듯, 정지된 채 시간이 흐르고, 꽃봉오리는 제대로 피어보지도 못한 채 죽음으로 향한다. 어쩌면 내년을 기약하며? 하지만 뿌리가 없는걸? 안타까운가? 하지만 봄이 오면 사방이 꽃 천지다. 얼마든지 피어나게 할 수 있다. 얼마든지 꺾어서 커다란 화병 가득 빽빽하게 채워놓을 수 있다. 세영이는 그런 존재에 불과했다. 드물게 독특하고 매혹적인 꽃이지만, 값과 노력을 지불하면 얼마든지 그 비슷한 것을 사다가 꽂아놓을 수가 있다. 그럴 수 있다. 얼마든지. 아니, 그래야 한다.
도대체, 내가 무슨 잘못을 저질렀기는 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