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종교적 정체성이나 문명적 정체성은 매우 중요하기는 하지만 수많은 정체성 중의 하나일 뿐이다. 우리가 물어야 할 질문은 이슬람교(또는 힌두교나 기독교)가 평화를 사랑하는 종교인가, 호전적인 종교인가(“정말 어느 쪽인지 말해 달라?”)하는 것이 아니라, 신앙심 깊은 무슬림이(또는 힌두교도나 기독교도가) 자신의 종교적 신념이나 관행을 개인적 정체성의 다른 특징들이나(평화나 전쟁에 대한 태도와 같은) 다른 신조, 가치들과 어떻게 결합시킬 것인가 하는 것이다. 누군가의 종교적 소속 관계, 또는 “문명적” 소속 관계를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정체성으로 파악하는 것은 매우 문제 있는 진단이 될 것이다.
- 아마르티아 센, 『정체성과 폭력』, 이상환․김지현 옮김, 바이북스, 2009, 124~12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