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 기간인 2005년~2006년에 <도서관및독서진흥법>은 분법화를 거치게 되었습니다. 이 과정과 논의 속에서 당시 저는 이런 주장을 펼친 바 있습니다.
각 개인이 책을 읽고 자신에게 필요한 정보와 지식을 습득하는 것, 그리고 판단하고 성찰하고 반성하는 능력을 증대시키는 것, 또한 이를 바탕으로 창조적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단순히 문화적 과제가 아니라 사회 정책적 과제이기도 하다.
시민들의 읽기·쓰기 능력이 없이는 건강한 사회활동과 경제활동이 이루어질 수 없으며 민주주의의 발전을 기약할 수 없다.
우리가 제안한 독서진흥법은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로 하여금 국민들이 독서활동을 전개하는 데 불편함을 느끼지 않도록 독서환경을 정비하고 가정과 학교와 사회에서의 독서활동을 실질적으로 지원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또 정책과 계획이 구체화할 수 있도록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예산 및 인력 지원의 의무가 제시되어야 한다.
국민들이 가능한 한 평등하게 정보와 지식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어떻게 하면 책 읽는 문화를 바탕으로 성숙한 시민사회와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을 것인가, 또한 책 읽는 문화공동체 속에서 어떻게 시민들 각자가 자기 삶의 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할 것인가. 이것은 진정으로 문화의 향기가 높은 사회를 이루기 위해서 필수적으로 고민해야 할 과제다.2)
독서문화진흥법은 ①국민의 ‘독서할 권리’를 신장하면서 ②독서문화 진흥정책의 기본 방향과 목표를 분명하게 하고, ③지역·학교·직장의 독서진흥을 위해 ④국가와 지방자치단체 등이 해야 할 역할과 행정적·재정적 조치의무를 규정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도서관및독서진흥법> 분법 과정 속에서 여러 가지 법안이 제출되었습니다. 당시 제안된 독서문화 관련 법안으로는 다음과 같은 것이 있었습니다. ‘학생독서활동진흥법안’(국회교육위원회 김영숙 의원 2005년 10월 13일 대표발의, 의안번호 172922), ‘독서문화진흥법안’(국회문화관광위원회 박형준 의원 2005년 10월 26일 대표발의, 의안번호 173083), ‘청소년독서진흥법안’(국회법제사법위원회 정성호 의원 2005년 11월 24일 대표발의, 의안번호 173460).
국회의 논의 과정을 거쳐 2006년 <도서관및독서진흥법>은 각각 <도서관법>(시행 2007.4.5. 법률 제8029호, 2006.10.4. 전부개정) 및 <독서문화진흥법>(시행 2007.4.5. 법률 제8100호, 2006.12.28. 제정)으로 새롭게 전면개정 및 제정되었습니다.
<독서문화진흥법>의 내용에 대하여 간략하게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3)
<독서문화진흥법> 제1조에는 이 법의 목적을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법은 독서 문화의 진흥에 관한 기본적 사항을 규정하여 국민의 지적 능력을 향상하고 건전한 정서를 함양하며 평생 교육의 바탕을 마련함으로써, 국가 경쟁력을 강화하고 국민의 균등한 독서 활동 기회를 보장하며 삶의 질을 개선하는 데 이바지함을 그 목적으로 한다.”
또한 <독서문화진흥법> 제4조에는 “독서 문화 진흥에 관하여는 다른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이 법에서 정하는 바에 따른다”고 하여, 이 법에 ‘독서문화’에 대한 기본법적인 성격을 부여하고 있습니다.4)
‘국민의 균등한 독서 활동’과 ‘국민 삶의 질 개선에 이바지하기’ 위한 기본법으로서의 성격을 갖고 있는 <독서문화진흥법>은 이 법이 규율하는 독서 진흥의 영역을 매우 포괄적으로 범주화하고 있습니다. 그 범주는 지역(제9조 지역의 독서 진흥), 학교(제10조 학교의 독서진흥), 직장(제11조 직장의 독서 진흥)입니다. 이는 한편으로 보면 독서문화 진흥이 정부의 특정한 부처만의 책임이 아닌, 어찌 보면 범정부적 차원에서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시대적 과제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이와 같은 매우 포괄적인 독서진흥의 영역 범주화로 그 실효적 추진 및 지원체계가 뚜렷하지 않다는 것이 문제점이라 할 수도 있습니다.
또한 <독서문화진흥법>에는 문화관광부 장관 산하에 ‘독서진흥위원회’를 두도록 했으며, 이 위원회에서 1. 독서문화 진흥 정책, 2. 기본계획 수립과 평가, 3. 독서문화 진흥을 위한 제도 개선 등에 대한 사항을 심의하도록 하였습니다. 이는 우리나라 역사상 처음으로 국가 차원의 독서문화 진흥을 위한 거버넌스 체계를 규정한 것이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각종 위원회 정리 과정에서 관련 조항인 제7조가 2009년 3월 5일 삭제되었습니다(법 제3장 제7조 독서진흥위원회, 2009년 3월 5일 삭제/ 시행령 제4조 독서진흥위원회 심의사항, 제5조 독서진흥위원회의 구성, 제6조 위원장의 직무, 제7조 독서진흥위원회 회의 등, 제8조 전문위원, 제9조 간사, 2009년 7월 7일 삭제).
<독서문화진흥법>에서 주목할 만한 것은, 정부는 매 5년마다 ‘독서문화진흥 기본계획’을 수립하여 시행하도록 한 것입니다. 또한 시·도지사는 기본계획에 따라 ‘연도별 시행계획’을 수립하여 시행하도록 하였습니다(독서문화진흥법 제5조 독서문화진흥 기본계획, 제6조 연도별 시행계획).
기본계획에는 다음과 같은 사항을 포함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1. 독서 문화 진흥 정책의 기본 방향과 목표
2. 도서관 등 독서 문화 진흥을 위한 시설의 개선과 독서 자료의 확보
3. 독서소외인 및 소외지역의 독서 환경 개선에 관한 사항<개정 2016.12.20.>
4. 독서 활동 권장·보호 및 육성과 이에 필요한 재원 조달에 관한 사항
5. 독서 문화 진흥에 필요한 독서 자료의 생산과 유통 진흥에 관한 사항
6. 독서 문화 진흥을 위한 조사·연구
7. 그 밖에 독서 문화 진흥에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사항
지난 10년 동안 <독서문화진흥법>은 앞서 언급했던, 2009년 3월 5일 진흥위원회 폐지 외에 큰 틀에서 유지되어 오고 있습니다. ‘정부조직법’ 개정에 따른 부분적인 개정 이외에 주목할 만한 개정 내용은 다음과 같이 2가지 개정 내용이 있었습니다.
그 하나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적 지원 의무를 좀 더 명확하게 한 것(2016년 12월 20일 개정), 다른 하나는 ‘독서장애인’을 ‘독서소외인’으로 바꾼 것(2016년 12월 20일 개정)입니다. ‘독서장애인’을 ‘독서소외인’으로 개정한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현행법에서 정의하고 있는 ‘독서장애인’은 신체적 사유로 인하여 독서 자료를 이용할 수 없는 사람에 한정되어 있으나, 경제적ㆍ사회적ㆍ지리적 제약 등으로 독서 문화에서 소외되어 있는 사람에 대하여도 독서 활동 기회를 보장할 필요가 있음. 이에 현행의 독서장애인 개념에 경제적ㆍ사회적ㆍ지리적 제약 등으로 독서 문화에서 소외되어 있거나 독서 자료를 용이하게 이용할 수 없는 자를 추가하여 ‘독서소외인’으로 재정의함으로써 독서소외인에 대한 균등하고 보편적인 독서기회를 제공하려는 것임.(법제처)
<독서문화진흥법>은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독서문화 진흥’을 위한 최초의 독자적인 법률입니다. <독서문화진흥법>은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독서문화 진흥 정책 수행을 위한 법적 근거가 되었습니다. 독서문화진흥 기본계획과 연도별 시행계획의 수립․시행을 계기로 그 이전까지는 단편적·계기적으로 추진되던 정부의 독서문화 진흥 정책을 종합적·체계적으로 추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독서문화진흥법>(제5조) 및 동법 시행령(제2조)에 근거하여 국가 단위의 기본계획으로, 제1차 <독서문화진흥 기본계획>(2009~2013), 제2차 <독서문화진흥 기본계획>(2014~2018)을 수립하여 추진해오고 있습니다.
또한 <독서문화진흥법>에 따라, 각 지방자치단체(광역 및 기초)는 ‘독서문화’와 관련된 조례를 지속적으로 제정하고 있습니다.5) 2017년 6월 1일 현재, 자치법규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독서문화 진흥’이라는 명칭을 가지고 있는 조례가 모두 86건이 검출됩니다(서울 20, 부산 8, 대구 3, 인천 4, 광주 5, 대전 4, 울산 3, 세종 0, 경기 11, 강원 0, 충북 4, 충남 5, 전북 4, 전남 7, 경북 3, 경남 4, 제주 1). 여기에 <서울특별시 노원구 책 읽는 노원 만들기 지원 등에 관한 조례>나 <완주군 책 읽는 지식도시 사업 운영에 관한 조례> 등을 포함하며 모두 88곳의 지방자치단체가 ‘독서문화 진흥’과 관련된 조례를 그 동안 제정하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는 광역 17, 기초 226(시 75, 군 82, 구 69)으로 총 243개의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36%입니다. 즉 <독서문화진흥법>은 비록 그 비율이 만족할 만한 수준이 아니라 할지라도, 지난 10년 동안 지속적으로 각 지방자치단체의 체계적·종합적 독서진흥을 위한 정책 수행의 법적 기반이 되어 왔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2)안찬수, ‘독서진흥법을 제안하며’, <경향신문>, 2005년 5월 12일자
3)이 부분은 안찬수, <독서문화 환경의 변화와 독서운동>, 바람직한독서문화를위한시민연대 주최, ‘독서문화진흥법과 바람직한 독서운동’ 세미나 주제발표문, 2007년 4월 27일 대한출판문화협회 강당, 참조.
4)안찬수, <독서문화진흥법과 독서문화진흥의 방향>, 『창비어린이』 2007년 가을호 참조.
5)자치법규정보시스템 http://www.elis.go.kr/ 참조.
지금까지 <독서문화진흥법>의 법 제정 및 개정 과정, 그 의의에 대해서 살펴보았습니다. 끝으로 법 제정의 정신을 살려나가면서 앞으로 독서문화 진흥 정책이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할지, 몇 가지 제언을 드리며 제 발제를 마치고자 합니다.
첫째로, 지식과 정보에 대한 국민들의 평등한 접근권, 성숙한 시민사회와 민주주의, 책 읽는 문화공동체를 위해서는 좀 더 세부적인 독서 진흥의 원칙이 사회적으로 제시될 필요가 있습니다. 그것은 다음과 같은 것들입니다.6)
① 독서권의 보장과 확대: 국민의 독서할 권리를 지키고 확대시키기 위한 노력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② 기본권 존중과 보호,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 국민의 기본권(사상, 언론, 표현, 신앙의 자유 등)을 존중하고 보호하는 것이어야 하며, 국민을 위한 독서문화 진흥을 통해 민주사회를 지키고 발전시킬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③ 개인의 자주성 보장: 국민 개개인의 독서활동은 그 자주성이 보장되어야 하며, 국민 개개인의 독서활동을 바람직하게 함양할 수 있도록 특정한 책을 읽거나 읽지 못하게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등이 강요하거나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④ 문화적 다양성과 다원성: 국민에게 독서 자료를 제공할 때 문화적 다양성과 다원성의 원칙이 지켜지도록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⑤ 지식정보 격차의 해소와 균등한 기회 제공: 지식정보격차 해소 및 균등한 기회 제공을 위하여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신체적, 정신적, 지적 장애 등으로 인하여 독서활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민을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취하여야 하며, 모든 국민에게 독서활동의 기회를 균등하게 제공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⑥ 독서환경 정비와 지원: 국민 개개인의 독서활동은 기본적인 읽기 쓰기 능력뿐만 아니라 감수성을 기르고, 창조력을 높이기 위한 활동으로서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국민이 자주적으로 독서활동을 전개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독서환경을 정비하고 지원함으로써 국민 각자가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제 영역에서 스스로 창조적 기회를 창출하고 개인적 목표를 달성하며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특히 공공도서관과 학교도서관의 육성 정책은 독서환경 정비와 지원의 핵심적인 정책일 것입니다.
둘째로, 현재 문화체육관광부는 ‘기본계획’에 따라 ‘책 읽는 도시’를 북돋는 정책을 펼치고 있습니다. 광역 및 기초자치단체가 더욱 적극적으로 독서문화 진흥 정책을 펼칠 수 있도록 하는 법 제도적 측면의 보완과 예산 확충이 필요합니다.
셋째로, 국가 차원의 독서문화 진흥을 위한 거버넌스 체계를 새롭게 정비하고 확립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명박 정부 이후 각종 위원회 정리(폐지) 과정에서 없어진 ‘독서문화진흥위원회’를 복원하는 차원이 아니라, 더 전향적인, 독서 및 출판 진흥을 위한 거버넌스 체계가 요구됩니다. 지난 제19대 대통령선거 당시 독서, 출판, 교육 관련 단체들은 “독서, 출판, 도서관 정책의 융복합 부서로 ‘독서출판국(가칭)’을 문화부에 신설하고, 이를 총괄 집행하는 거버넌스 조직으로 ‘독서출판진흥위원회(가칭)’를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는데, 이러한 주장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7) 민과 관이 지혜를 모아 우리의 독서문화의 문제점과 과제를 더욱 조밀하게 점검하고, 과제 해결을 위해 힘을 모아야 하겠습니다.
지난 10년 동안 독서 생태계의 변화가 적지 않은 현실 속에서 우리가 앞으로 풀어나가야 할 과제가 적지 않습니다. 여러 현장에서 독서문화 진흥을 위해 애쓰고 있는 분들께서 과제 해결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말씀해 주실 것으로 기대하면서, 제 논의는 이 정도로 마치고자 합니다. 고맙습니다.(*)
6)이용훈·안찬수, <국민독서진흥 계획 수립을 위한 기초연구>, 국립중앙도서관, 2005 참조.
7)제19대 대통령선거 공약 제안서 <책 읽는 대통령, 책이 문화정책의 기본인 나라> 2017년 3월 29일 및 <제19대 대선 출판진흥정책 제안서>, 2017년 4월 12일, 참조.
★ 이 글은 2017년 6월 16일에 열린 서울국제도서전 독서진흥 세미나 〈독서문화 진흥정책의 발전 방향과 과제〉에서 발표된 발제문으로, 필자의 동의 아래 게재함을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