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호 인터뷰의 제목은 바꿔야 할 것 같다. ‘사람’을 만나 인터뷰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사람들을 만났다. 그러나 주인공은 바로 ‘도서관’이다. 도서관이 말을 하지 못하니 여러 사람들을 통해 대신 대답하게 했다. 여수석유화학고등학교는 실업계학교 도서관을 새롭게 꾸며주자는 뜻이 모여 만들어진 ‘작은 기적’이다.
학교도서관이 개선되고 있는 건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놀랍게도 사각지대는 엉뚱한 곳에 존재했다. 바로 실업계 학교도서관들이다. 작년에 어느 학교도서관에서 강연을 하러 갔는데, 학부모들이 도서관에서 상주하다시피 하며 아이들과 교감하고 도와주는 것이 그렇게 좋아 보였다. 돌아오면서 갑자기 실업계 학교도서관은 어떤지 궁금했다. 실업계 학생들은 일반적으로 대학이 아니라 직장을 선택하게 되어 일찌감치 사회생활로 나간다. 그러니 이 학생들에게는 일단 마지막 체계적 도서관 혜택이기도 하고 도서관 훈련이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일부러 찾아간 어느 실업계 학교의 도서관은 자물쇠로 잠겨있었는데 그게 녹이 슬어 열쇠도 들어가지 않았다. 8천 권의 장서가 있다는데 막상 들어간 그곳에는 세로쓰기로 된 책들이 절반을 넘었다. 충격이었다.
실업계 학생들에게 책을 읽을 습관을 키워주고 책이 주는 혜택을 누릴 수 있게 해야겠다 싶었다. 게다가 그들은 입시 스트레스도 없기 때문에 도서관 이용이 훨씬 더 수월할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책읽는사회문화재단의 안찬수 처장을 만나 상의했는데 고맙게도 LG화학에서 ‘사랑의 열매’를 통해 실업계학교에 도서관 리모델링 후원을 해주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고, 여수석유화학고등학교가 그 두 번째 혜택을 받게 되었다. 지난 늦가을 오랜 공사를 마치고 도서관이 재개관했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갔다. 바뀐 도서관은 예전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밝고 화사한 실내와 깔끔한 인테리어, 그리고 펼쳐진 서가들은 이미 행복의 모습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먼저 담당교사를 만났다.
도서관이 바뀌니 아이들이 행복해졌다
김경집(김)─ 도서관 리모델링 이전과 이후 학생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신은미(신)─ 이전에는 도서관이 넓어도 비효율적인 공간이 많고 분위기가 어둡고 칙칙한 터라 책을 편안하게 읽을 수 없었지요. 그런 부분에 대한 고민은 저희가 한다고 해도 쉽게 해결될 수 없는 부분이어서 고민이 많았었기에 리모델링 시 요구사항에 가장 우선적으로 제시했던 부분이기도 합니다. 리모델링을 거치고 공간적으로도 넓어지고 효율적인 공간 배치가 되다보니 우리 아이들이 매우 좋아해요. 특히 편안하게 앉아서 책을 읽을 수 있다는 점은 자주 오기는 했지만 오랜 시간 머무르지 못했던 우리 아이들의 불편함을 해소해 줄 수 있었기에 가장 호흥이 좋았던 부분이기도 했습니다.
리모델링 후 가장 큰 변화는 국어 수업을 도서관에서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아이들에게 책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을 이 제공하고 싶었지만 수업을 하기에는 역부족이었는데 이전에는 아이들이 단순히 책을 빌리고 읽는 공간으로 밖에 인식하지 못했던 도서관에서 이제는 수업도 하고 책도 읽는 다양한 활동의 공간이 되었습니다. 그러자 학생들이 그동안 활동의 제한이 많았던 국어 수업에 책을 통해 다양한 정보를 체득하고 활용할 수 있는 수업을 하다 보니 책을 읽는 것이 시간을 때우거나 여가 시간을 활용한다는 의미를 넘어서서 실제 그 정보와 내용이 자신의 삶에 크게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부분을 얻을 수 있다는 생각의 변화를 느껴가게 되었습니다.
가장 실질적인 부분에 있어서는 더 많은 학생들이 더 많은 시간을 도서관에서 보낼 수 있어서 독서 활동에 더욱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다는 것입니다. 예전에 비해 읽고 싶은 책, 보고 싶은 책에 대해 거침없이 이야기하기도 하고 구석에 박혀 있어서 눈에 잘 보이지 않던 책도 꺼내서 읽을 수 있는 모습도 보이는 게 사실입니다. 신청도서 목록을 받아보면 지난해에는 별로 관심을 갖지 않았던 녀석들이 올해에는 더 많이 요구하고 찾아서 읽기도 합니다.
김─ 선생님께서 특별히 도서관을 통해 학생들에게 제공하고 싶은 의미와 가치는, 그리고 서비스는 무엇인가요?
신─ 제가 작년에 우리 학교에 와서 도서관 업무를 맡으면서 가장 아쉬웠던 점은 그 전에 특성화 학생들이 도서관 이용을 많이 하지 않았고, 학교에서도 신경을 쓰기 않았기 때문에 오랜 시간 손 때 하나 묻지 않은 것 같아 보이는 책이었습니다. 물론 만화책이나 판타지 같은 경우는 다르긴 했지만요. 올해까지 2년을 도서관에 있으면서 우리 아이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도서관의 의미, 가치는 '일상'이라는 것입니다. 우리가 하루에 밥 세끼를 꼬박꼬박 챙겨 먹고, 자연스레 친구들과 이야기하고, 가족들에게 편안하게 기대고 의지할 수 있는 것, 그런 '일상' 같은 도서관을 보여주고 싶었고 함께 하고 싶었습니다. 우리의 일상이 무의식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처럼 독서라는 하나의 행동이 자연스럽게 일상의 습관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 공간이 되길 바라고 있습니다. 편안하게 찾아와서 책 이야기를 할 수 있고, 학교생활 이야기도 나눌 수 있고, 논쟁도 벌일 수 있고 공감도 할 수 있는 공간이 도서관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가장 편하고 자연스럽게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이어야지요. 그래야 우리 아이들 생각이 달라질 수 있고, 다양한 세상으로 경험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송백 도서관에서 보여주는 우리 아이들의 모습은 우리의 미래가 충분이 희망이 있음을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서비스'의 의미는 정확하게 어떤 것을 요구하시는 것인지 잘 알지 못하겠지만 활동 사항으로 알려드리자면 아침부터 저녁까지 모든 시간에 이용할 수 있는 도서관,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는 도서관, 자율적인 분위기의 도서관 정도로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우리 아이들은 100% 기숙사 생활을 하기 때문에 아이들이 유일하게 들를 수 있는 교실 이외의 공간입니다. 그래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도록 도서도우미들이 봉사하고 있습니다. 단 한 명의 학생이 이용하더라도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또한 저희가 한 달에 한 번 도서관 소식지를 발간을 합니다. 올해 시작한 부분이라 아직은 미흡하지만 다양한 분야의 책을 소개하거나 글을 올리고, 도서관 이벤트 등을 소개하는 소식지입니다. 저희는 학생들이 도서관에 와서 하는 행동에 대해 제약을 가하지 않습니다. 스스로 바르게 행동하고 도서관에서 지켜야 할 예절을 지켜나가는 능동적인 학생으로의 성장이 가능하도록 분위기를 조성해 나가고 있습니다.
김─ 학생들이 다양한 주제의 독서를 하도록 하는 특별한 시도가 있나요?
신─ 아이들의 특성상 재미있고 흥미로운 책을 좋아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아이들의 요구를 충족시켜 주기 위해 재미있는 책도 많이 구입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재미있는 책만 읽게 할 수는 없기 때문에 졸업인증제의 독서 활동 부분의 권장도서 부분을 다양한 분야의 책들로 구성했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이 책을 읽고 독후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또한 1년에 1~2회 독서토론을 수업에 포함을 해서 다양하게 읽고 생각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습니다.
김─ 전문 사서 교사의 필요성은 어떻게 느끼시나요?
신─ 전문 사서 교사는 절실하다고 생각합니다. 국어 교사는 사서 교사가 아니기 때문에 독서활동에 대한 다양한 요구를 다 수용할 수도 없고 해결할 수도 없습니다. 체계적인 도서관 운영을 위해서는 전문 사서 교사가 상주해서 아이들의 독서 활동을 살피고 개선해 나가는 등 전문적인 활동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김─ 앞으로 가장 중점을 두는 도서관 운영계획을 듣고 싶네요.
신─ '도서관 100% 활용하기'입니다. 도서관의 모든 것을 모든 학생들이 다 이용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싶습니다. 잘 만들어진 도서관보다는 잘 이용하는 도서관이 될 수 있도록 해 보는 것, 그것이 앞으로의 숙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조용한 도서관보다는 살이있는 도서관을 만들고 싶어요. 우리 학교 아이들은 도서관 이용은 참 많이 하는 편입니다. 석 달이 넘어가는 리모델링 때문에 도서관을 열지 못한 날짜를 제하고도 대출 권수가 6,000권 가까운 대출을 했으니까요. 그렇지만 아직까지 1년에 10권의 책도 읽지 못하는 학생들이 제법 있습니다. 수업 시간을 이용해 독서를 생활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은 그 노력이 빛을 발하지는 못하는 듯합니다. 이런 고민은 제가 아이들과 풀어나가야 할 부분들이라고 생각은 하지만 좀 막막하기는 합니다.
아예 국어 수업을 도서관에서 한다는 게 신선했다. 학생들도 마치 대학처럼 찾아가서 듣는 수업이 사뭇 즐거운 눈치였다. 도서관이 학교의 중심이 되고 있다는 사실은 혁명 같은 변화다. 물론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겠지만 학생들도 도서관과 책을 통해 세상과 삶을 보는 눈이 달라질 것이다. 이번에는 도서관 리모델링을 전담했던 책읽는사회문화재단의 이수평간사와 만났다. 모델처럼 늘씬한 키에 배우처럼 잘 생긴 외모도 뛰어난데 피아노 전공이라는 것도 신선한 느낌을 주는 이 간사는 미소가 백만 불짜리다.
모든 상상과 행복을 다 쏟아서
김─ 도서관을 처음 봤을 때 어떤 느낌이었나요?
이수평(이)─ 딱 교육부스러웠지요.(웃음) 교육인적자원부가 실시한 학교도서관 활성화 사업(2003~2007)에서는 학급 수를 기준으로 6가지의 학교도서관 모형을 제시했습니다. 교육인적자원부가 제시한 모형대로 대부분의 학교도서관들의 모습은 획일적이고 경직되어있습니다. 대부분의 학교도서관 환경을 볼 때마다 안타깝습니다. 칙칙하고, 춥고, 턱 막힌 서가, 찢어진 소파 등...학생들이 가고 싶은 공간이 없다 보니 운동장이 제일 인기 장소겠구나! 생각이 자연스레 들었지요. 책 읽는 습관, 역시 환경적 요인이 클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김─ 도서관 리모델링하면서 어떤 점이 행복했고 어떤 점이 어려웠는지요?
이─ 프로젝트 사업이 종료되고 나서 학생들에게 슬며시 물어봤어요. “도서관 공사하고 나니깐 어때?”라고 물어보면 즉시 답이 옵니다. “너무 좋아요! 우리 집보다 좋아요!”. 이런 말 들을 때 뿌듯합니다. 어려운 점은 학교 측 담당 공무원들과 시공 업체입니다. 협조를 잘 해주는 학교가 있지만, 협조를 안 해주는 학교도 있습니다. 학교는 항상 갑의 위치에 있다 보니 권위적인 학교들이 상당수 있습니다. 이건 사실 우리가 갑인데 말이죠.(웃음) 그래도 서로 행복한 일이어서 큰 문제는 없었어요. 사실 이런 일 하다보면 겪는 어려운 점은 추가 도급을 할 때마다 낙찰 업체가 폭리를 취하려는 모습입니다. 이윤을 남기는 것은 좋지만, 두세 배 이익을 챙기려고 하는 것은 공익사업에 어긋난다고 볼 수 있죠. 업체와 이견조율이 안되면 업무가 늘어난다는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
김─ 가장 중점을 둔 점은 어떤 것이었나요?
이─ 학교도서관의 디자인이 첫째입니다. 학생들의 의견, 선생님들의 의견, 설계자의 의견을 반영하여 새로운 디자인을 창조해야 합니다. 이것은 책읽는사회문화재단이 도서관을 만들면 비슷한 도서관이 하나도 없다는 것을 증명해주죠. 그 외에도 고려해야 할 점이 많습니다. 가령 디자인이 아무리 훌륭해도 고정된 사업비 안에 맞추지 못하면 진행하기 어렵습니다. 또한, 학교관계자와 낙찰업체와 마찰이 있을 때마다 담판을 짓는 것도 중요합니다. 리모델링 후의 작가와의 만남 일정 조율도 중요합니다. 인터뷰하다 보니 모든 게 중요하게 돼버렸습니다.(웃음)
김─ 그래도 아쉬운 점은 남지요?
이─ 도서관을 리모델링하고 나서 그 공간을 잘 활용하지 않을 때 아쉽습니다. 대부분 학교도서관에는 사서가 없고, 설령 교과목 담당 선생님이 그 역할을 맡아도 정상적인 운영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학교마다 도서관을 전담하시는 분들이 계셨으면 좋겠습니다.
김─ 앞으로 학교도서관 리모델링 사업의 지향점은 어떤 건가요?
이─ 책읽는사회문화재단은 학교도서관 리모델링 사업을 하기 전부터 설계 지침, 지향점을 설정해두고 진행했습니다. 앞으로도 친환경성, 창의성, 편의성, 접근성, 쾌적성, 내구성을 고려하여 진행할 것입니다. 자라나는 청소년들이 도서관에 자주 올 수 있도록 매력적인 공간을 구현할 것입니다.
이수평 간사는 도서관 리모델링의 실무를 담당하며 여러 차례 여수를 찾아갔고 이런저런 문제들에 봉착할 때마다 힘겨운 일을 많이 겪었을 것인데도 늘 미소를 잃지 않는다. 아마 이 도서관이 이렇게 멋지게 변신한 데에는 그의 열정이 큰 몫을 차지했다는 것에 아무도 이견을 달지 못할 것이다. 이 자리를 빌어 그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도서관도 이 간사에게 나와 같은 고마움을 느낄 것이다. 마지막으로 학생을 만났다. 도서관을 열심히 이용하는 2학년 이현진군을 만났다.
학교생활이 달라졌어요
김─ 학교도서관이 이렇게 바뀌니 좋지요? 그냥 장소만 좋은가요, 아니면 학교생활이 더 좋아졌나요?
이현진(이)─ 학교생활이 더 즐거워졌어요. 이젠 아예 국어 수업을 도서관에서 하거든요. 이동수업이죠. 그리고 4인 탁자에 앉으니 자연스럽게 조가 편성되어 토론으로 이어져요. 교실에서는 그게 쉽지 않은데 도서관에서는 저절로 되니까 신기해요.
김─ 주로 이용하는 시간은 언제인가요?
이─ 우선 이용하는 시간 자체가 확 늘었어요. 점심시간에도 도서관에 갈 정도니까요. 책도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개인실 공부방까지 마련해주셔서 저희들로서는 더할 나위 없이 좋아요. 책도 늘어서 볼 책도 많아졌어요. 게다가 읽고 싶은 책을 신청하면 2주 안에 구입해주시니까 끝내주죠! 신간도서 도서관에 왔으니 오라는 통보까지 해주시거든요.
김─ 바뀐 도서관에서 독서 태도나 방식도 바뀌던가요?
이─ 읽는 범위도 다양해졌어요. 우선 읽을 게 많아졌으니까요. 게다가 서가도 많고 넓은 도서관에 적절하게 배열되어 있어서 자연스럽게 눈을 맞추게 되는 거 같아요. 저희들이 많이 찾는 800번대 서가에는 등받이 없는 의자까지 마련해놔서 책을 꺼내 쭉 읽어보고 훑어보는 데에 큰 도움이 됩니다.
김─ 도서관이 새롭게 변모해서 변화된 건 또 있나요?
이─ 학교에 대한 자부심이 훨씬 더 커졌어요. 이런 도서관 있는 학교가 얼마나 되겠어요? 게다가 실업계 학교에서는 특히 더 그럴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도서관 하나 바뀌고 이렇게 생활과 태도가 바뀔 줄은 몰랐어요. 저는 이런 변화가 또 다른 무형의 자산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학교와 이 도서관 리모델링에 참여해준 분들께 고마움을 느껴요. 그리고 우리도 앞으로 살아가면서 이런 도움을 주고 싶어졌어요. 첫 월급을 타게 되면 후배들을 위해 1만 원이라도 책 사주라고 기부할 생각이에요. 저희가 졸업하고 취업하면서 그런 일을 지속적으로 하게 되면 도서관도 성장하고 후배들도 더 행복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희가 받았으니 저희도 베풀어야지요. 이런 연대감을 갖게 된 것도 도서관이 변모하면서 제게 준 선물입니다.
김─ 책 읽는 데 어려운 점이나 아쉬운 점이 있나요?
이─ 아직은 주로 독서 범위가 좁아요. 900번 대에서는 주로 여행에 관한 책을 읽고 가장 많이 읽는 건 800대거든요. 그런데 자꾸 읽다보니 다른 장르의 책도 읽고 싶어져요. 그래서 <소크라테스의 대화록>을 읽어봤는데, 솔직히 아직은 좀 어려워요. 그런 책도 쉽게 읽게 되면 좋겠어요. 아직은 다양성이 부족한데 그것을 늘릴 수 있는 노력을 해야겠어요. 그리고 저는 아직 학생 신분이기 때문에 시간은 한정되어 있다는 것도 아쉽죠. 그래도 쉬는 시간에도 책 읽는 친구들이 많아졌어요. 이젠 서너 명이 쉬는 시간에도 책을 읽고 있다니까요. 상상도 못하던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예요.
김─ 앞으로 이런 거 해봤으면 좋겠다 싶은 거 있어요?
이: 이런 말씀드려도 될지 모르겠지만, 선생님들 책도 공유해서 읽어보고 싶어요. 선생님과 학생들이 함께 읽고 토론해보면 저희들의 성장에도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김─ 요즘 읽고 있는 책은 뭔가요?
이─ <바보 빅터>를 쓴 호아킴 데 포사다의 <난쟁이 피터>를 읽고 있어요.
2학년 김현준군에게도 물었다.
김─ 도서관이 새롭게 리모델링 된 이전과 이후의 변화는 어떤 건가요?
김현준(준)─ 이전에는, 도서관에서 책을 볼 수 있는 공간이 한정되어 있고 도서관의 분위기가 어두워서 친구들도 잘 가지 않았는데 리모델링 이후에는 책을 볼 수 있는 공간이 늘어날 뿐만 아니라 분위기도 밝아지고 정보를 검색 할 수 있는 장소도 만들고 책에 대해서 토론 할 수 있는 실도 생겨서 많은 친구들이 점심시간이나 쉬는 시간에 방문하여 항상 활기가 넘치는 도서관이 된 것 같습니다.
김─ 왜 마이스터고등학교를 비롯해 다른 실업학교에 이런 사업이 계속 진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요?
준─ 대부분 마이스터고나 실업학교의 학생들을 보면 취업이 목표라고 생각하는 학생들이 많습니다. 그렇지만 제 생각은 조금 다릅니다. 취업이 끝이 아닌 자기개발을 하여 더욱더 부가가치가 높은 사람이 되는, 끝이 없는 사람이 되는 것이 진정한 마이스터고나 실업학교의 목표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자기계발을 하는 데에 가장 중요한 역할은 책인 것 같습니다. 책은 사람의 생각을 넓혀줄 뿐만 아니라 자기가 관심있는 분야의 전문 지식을 주기도 하여 그 분야에 대하여 다양한 시각으로 볼 수 있게 폭넓은 사고방식을 갖출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줍니다. 마이스터고등학교에 다니거나 다른 실업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은 한 가지만 하는게 아니라 만능인이 되어야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저는 도서관 리모델링 사업이 계속 진행되어야 된다고 강하게 주장하고 싶습니다.
김─ 주로 어떤 책을 읽는지, 앞으로 어떤 책에 관심이 가는지요?
준─ 항상 인문학의 일부인 소설이나 수필을 위주로 책을 읽었는데, 이제는 인문학의 모든 책에 관심이 갖게 되었습니다. 인문학이라는 게 겉으로 들으면 말이 어렵고 지루할 것 같았는데 책을 읽고 깨달을수록 정말 재밌고 흥미로운 학문이라고 느껴요. 항상 고정관념에 갇혀 사는 저희를 틀에서만 놀지 말고 틀을 깨고 나와서 세상을 넓은 시각으로 이끄니까요. 그래서 요즘은 소설이나 수필 외의 인문학 책인 역사나 예술에 관한 책들을 찾아 읽어보고 있습니다.
김─ 새로 바뀐 도서관에서 가장 좋은 점은 무엇인가요?
준─ 무엇보다도 친구들과 책에 대하여 토론 할 수 있는 그런 실이 만들어져서 책에 관하여 토론을 하는데, 내가 생각하지 못하였던 것을 친구가 생각하고 다른 관점에서 책을 보는 친구들도 있어서 그 책에 관하여 깊게 파고 들 수 있게 된 점이 가장 좋은 것 같습니다.
김─ 앞으로 도서관이 어떻게 운영되었으면 좋을까요?
준─ 학교라서 어쩔 수 없긴 하지만 도서관에서 책을 볼 수 있는 시간이나 횟수가 조금 적은 것 같습니다. 항상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밖에 도서관을 방문하지 못하여 도서관에서 책을 읽을 수 있는 시간이 실질적으로 그렇게 많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따로 책을 볼 수 있는 시간을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기간을 일주일이 아닌 이주일로 늘려서 책을 여유롭게 천천히 다양한 시각으로 생각하며 볼 수 있게 했으면 좋겠습니다.
고2들이 질문에 막힘이 없다. 아마도 책을 읽은 힘이 아닐까 싶다. 학교도서관이 바뀌면서 학생들의 표정까지 밝아지고 자부심이 높아졌다는 건 행복한 일이다. 총사업비가 국한되어 있기 때문에 아쉽기는 하지만 과감하게 바닥재에 큰 비용을 먼저 쓰기로 한 조영만 교장의 결단도 최선의 선택이었다. 일단 공사가 마치면 다시 손보기 어렵기 때문에 리모델링하면서 최고의 바닥재로 깔았다는데 아이들이 바닥에 뒹굴며 읽을 수도 있어야 한다는 뜻이라고 한다. 대신 앞으로 계속해서 도서 구입을 늘이겠다는 다짐을 빼놓지 않았다. 아무리 뜻이 좋아도 팀워크가 맞지 않으면 뒤뚱거리고 어긋나게 되는데 지원하는 회사나 그것을 조정하고 업무를 조정하고 수행한 재단이나 수혜자인 학교 모두 최상의 결과를 얻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마음을 열며 협동한 결과물이 학생들에게 고스란히 선물로 주어졌다.
"과거를 보려면 박물관에 가고, 현재를 보려면 시장에 가라. 그리고 미래를 보려면 도서관에 가보라"는 말이 허언이 아님을 여수석유화학고등학교 도서관에서 발견한 것은 한해를 마감하는 행복한 소감이었다. 모든 실업계 학교들이 이런 혜택을 누리고 더 행복해질 수 있는 그런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모처럼 여수에도 눈발이 날렸다. 상서로운 눈발이었다. 도서관도 대신 대답해준 선생님, 재단 간사, 학생에게 고마워하는 눈치였다. 먼 길이었지만 두루두루 행복한 여정이었다. 뿌듯한 마음으로 돌아오는 기차에 앉아 책을 꺼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