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거절은 그토록 뼈아픈가?
나오미 I. 아이젠버거
“마음에 상처를 입었어.”“심장이 찢어질 것 같았어.”사람들이 사회적 거절을 당한 경험을 묘사하는 방식을 주의 깊게 들어보면 흥미로운 패턴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심리적으로 고통스러운 일을 설명할 때 신체적 고통을 나타내는 단어를 사용한다. 사실 영어의 경우 일반적으로 신체적 고통을 나타내기 위해 사용되는 단어 외에 거절과 관련된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수단이 그다지 많지 않다. 게다가 신체적 고통과 연관된 단어를 사용하여 사회적 거절이나 소외의 경험을 묘사하는 것은 영어뿐만 아니라 많은 언어에서 공통적으로 발견할 수 있는 현상이다.
왜 우리는 신체적 통증을 암시하는 단어를 사용하여 사회적 거절의 경험을 묘사하는가? 사회적으로 소외되었다는 감정은 진정으로 신체적인 고통에 비견할 만한 것인가, 아니면 이러한 단어는 단순히 비유적 표현이라고 생각해야 하는가? 내가 몸담고 있는 실험실의 연구에서는 사회적 거절에서 말하는‘고통’‘( 사회적 고통’)이 단순한 비유적 표현 이상일지도 모른다는 결과가 나왔다. 나와 동료들은 여러 차례의 연구를 통해 배제 또는 거절과 같이 사회적으로 고통스러운 경험은 신체적인 통증을 처리하는 신경 영역의 일부에서 처리된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여기서는 신체적 고통과 사회적 고통의 처리가 서로 중복된다는 결론을 도출할 수 있었던 증거와 이러한 중복 현상을 직접적으로 실험한 연구를 소개하고자 한다. 또한 이렇게 공통된 신경회로가 사회적 고통에 대한 우리의 경험과 이해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살펴보고, 신체적, 사회적 고통의 처리 중복으로 인해 야기될 수 있는 놀랄 만한 결과 중 몇 가지를 탐구해보고자 한다.
거절은 실제로 고통스러운가?
사회적 거절이 실제로‘고통’을 줄 수 있다고 주장한다면 다소 억지스럽게 들릴지 모르지만, 신체적 고통 및 사회적 고통으로 느끼는 괴로움이 서로 중첩된다는 것은 진화적인 관점에서 볼 때 상당히 합리적이라 할 수 있다. 포유류의 한 종으로서 인간은 상대적으로 미숙한 상태로 태어나기 때문에 혼자서는 음식을 먹거나 스스로를 지킬 수 없다. 이 때문에 아기들은 생존하기 위해 반드시 자신을 돌봐주는 사람 가까이 머물며 필요한 영양분을 공급받고 보호를 받아야 한다. 훗날에는 사회적 집단과의 연계가 생존에 필수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 집단의 일원들은 식량을 모으고, 포식자를 물리치고, 후손을 보살피는 책임을 공유함으로써 이익을 얻는다. 사회적으로 고립되는 것이 생존에 그토록 불리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인간이 진화하는 과정에서 사회적 친밀함을 확보하는 사회적 애착 체계가 신체적인 고통 체계에 편승하여 통증에 대한 신호를 차용함으로써 사회적 고립 상황에 대한 암시를 주게 되었다는 주장이 제기되어왔다. 사회적 연계가 생존에 매우 중요한 나머지, 신체적인 부상과 연관된 고통스러운 감정을 빌려와서 사회적 고립이 그만큼이나 괴롭다는 사실을 드러내도록 한 것이다. 따라서 개인은 이러한 감정을 통해 사회적 고립을 피하고 집단의 다른 구성원들과 친밀함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한다.
동물과 인간을 대상으로 실시한 연구 모두에서 신체적 고통 처리과정과 사회적 고통 처리 과정이 중복된다는 결과가 나왔다. 특히 인간이 아닌 포유류의 경우 배측 전대상 피질dorsal anterior cingulate cortex, dACC과, 그보다는 관련이 덜하지만 전측 뇌섬엽anterior insula이라는 두뇌의 두 영역이 신체적 고통의 괴로움과 고립의 괴로움을 나타내는 행동 모두에 관여하는 것으로 보인다.
신체적인 고통의 경우, 배측 전대상 피질과 전측 뇌섬엽은 고통스러운 경험의‘정서적인’측면, 즉 불쾌한 요소를 추적하는 것으로 보인다. 통증의 경험은 두 가지 요소로 분리할 수 있다. 하나는 감각적인 요소로 고통스러운 자극을 느끼는 것이 어느 부분인지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주며, 다른 하나는 정서적인 요소로 인식된 자극의 불쾌함, 즉 해당 자극이 얼마나 성가신지를 기록한다. 난치성 만성 통증을 완화시키기 위해 신경 수술을 통해 배측 전대상 피질의 일부를 제거한 환자의 경우, 고통스러운 자극이 어디서 오는지는 여전히 식별할 수 있었지만 해당 자극이“더이상 성가시게 느껴지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전측 뇌섬엽이 손상된 후에도 비슷한 현상이 관찰되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통증의 위치 확인과 관련된 체감각 피질somatosensory cortex이라는 영역에 손상을 입은 환자들은 통증이 어디서 오는지는 구별하지못했지만 정서적인 고통은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 신경 촬영을 통한 연구 역시 이러한 차이를 뒷받침한다. 감각적 요소는 바꾸지 않고 고통스러운 자극의‘불쾌함’만 증대시키도록 최면을 건 실험 대상자의 경우, 배측 전대상 피질의 활동은 증가했지만 고통의 감각적인 요소와 관련된 일차 체감각 피질의 활동은 증가하지 않았다.
흥미로운 부분은 통증과 연관된 이러한 신경 영역 중 일부가 자신을 보살피는 대상으로부터 분리되었을 때 나타나는 특정한 행동, 즉 고통의 발성distress vocalizations에도 관여한다는 점이다. 여러 포유류 종의 유아는 보살피는 존재로부터 떨어졌을 때 고통의 발성을 토해낸다(예를 들어 인간 아기의 경우 울음을 터뜨린다). 이는 보살피는 존재에게 신호를 주어 다시 유아의 곁으로 가게 함으로써 유아와 돌보는 존재 사이의 장기적인 분리를 막는 적응적 역할을 한다. 전대상 피질ACC은 배측과 복측을 막론하고, 모두 이러한 고통의 발성을 생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다람쥐원숭이의 전대상 피질에 병변이 생기면 고통의 발성이 사라지고, 붉은털원숭이의 전대상 피질에 전기 자극을 가하면 자발적인 고통의 발성이 일어난다.
인간의 신체적 고통과 인간이 아닌 포유류의 분리 불안 행동, 양쪽 모두와 연관된 신경 영역을 확인해주는 이러한 발견을 바탕으로, 우리는 인간이 겪는 사회적으로 고통스러운 경험에서 이러한 영역이 과연 어떤 역할을 하는지 탐구해보기로 했다. 그중 한 차례 실험에서는 각 참가자에게 fMRI 스캐너 안에 들어가 있는 동안 인터넷을 통해 다른 두 사람과 연결이 된 후 그 상대편 두 명과 함께 컴퓨터로 공 던지기 게임을 하게 될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참가자들은 고글을 통해 이름과 함께 만화 아이콘으로 표시된 나머지 두 사람과 그들의 실제 손을 볼 수 있었고, 버튼을 누름으로써 공을 누구에게 던질지 결정할 수 있었다.
그러나 사실 상대편 선수들이란 존재하지 않았다. 연구에 참가한 사람들은 사전에 설정된 컴퓨터 프로그램을 상대로 게임을 했던 것이다. 첫번째 게임에서는 실험 대상자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게임에 참여했지만 두번째 게임부터는 사회적으로 소외되고 말았다. 중간 즈음부터 다른 두 (가상의) 선수가 실험 대상자에게 공을 던지지 않았던 것이다. 이러한 소외에 대한 반응으로 이들의 배측 전대상 피질과 전측 뇌섬엽, 즉 신체적 고통의 괴로움과 연관된 두 영역이 크게 활성화되었다. 뿐만 아니라 이렇게 소외된 것에 대해 유달리 심한 사회적 괴로움을 느꼈다고 호소한 실험 대상자들의 경우 배측 전대상 피질의 활동 역시 더욱 크게 증가하여, 거절은 실제로‘고통스럽다’는 일반적인 인식을 뒷받침했다.
후속 연구들도 이러한 초기의 발견과 일맥상통했다. 순간적인 사회적 괴로움의 호소와 사회적 소외에 대응하여 나타나는 고통과 관련 신경 활동의 상관관계가 드러났을 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벌어지는 사회적 상호작용에서 보다 심하게 소외되었다고 느끼는 실험 대상자들의 경우 사회적 소외가 일어났을 때 고통과 연관된 신경 활동이 더욱 격렬하게 일어난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어떤 경우에는 단순히 사회적 거절을 암시하는 자극적인 이미지만을 보여주어도 이러한 고통 관련 신경 영역이 민감하게 반응했다. 예를 들어 에드워드 호퍼Edward Hopper의 작품처럼 거절을 주제로 한 그림을 보면 배측 전대상 피질과 전측 뇌섬엽이 활성화되었다. 뿐만 아니라 거절에 특히 민감한 사람의 경우, 잠재적으로 사회적인 거절의 의미를 담은 못마땅한 얼굴 표정을 짓는 사람들의 동영상만 보여주어도 배측 전대상 피질이 더욱 활성화되었다.
마지막으로, 고통과 관련된 신경을 활성화하는 요소는 거절과 소외뿐만이 아니다. 사별과 같이 사회적으로 고통스러운 다른 경험 역시 이러한 신경 영역을 활성화하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 세상을 떠난 어머니나 누이의 사진을 보여주자 (모르는 여성의 사진을 보여준 경우와 비교할 때) 여성 참가자들의 배측 전대상 피질과 전측 뇌섬엽 활동이 활발해졌다. 뿐만 아니라 인공 임신 중절로 태내의 아이를 잃은 여성은 웃고 있는 아기들의 사진을 보았을 때, 건강한 아이를 분만한 여성에 비해 배측 전대상 피질의 활동이 더욱 활발해졌다. 이를 종합할 때, 거절에서 사별에 이르기까지 여러 가지 종류의 사회적으로 고통스러운 경험은 신체적인 고통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신경 영역에 부분적으로 의존하는 것으로 보인다.
신체적-사회적 고통 중복의 결과는 무엇인가?
신체적 고통 처리 과정과 사회적 고통 처리 과정이 중복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몇 가지 흥미로운 결론을 예상해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신체적인 고통에 좀더 민감한 사람들은 사회적 고통에도 더욱 민감할 것이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라고 말이다. 이 가설은 직관적인 것이 아니기 때문에 직접적으로 이 문제를 탐구한 연구는 많지 않다. 이러한 결론에 대한 가장 설득력 있는 증거는 환자 집단으로부터 알아낸 다음과 같은 사실이다. 예를 들어 만성적인 통증을 가지고 있는 성인은 건강한 대조군에 비해 배우자로부터의 거절을 걱정할 확률이 더 높고, 거절에 민감한 우울증 환자들은 대조군보다 고통에 대한 민감도가 높은 성향을 보인다.
이 가능성을 보다 직접적으로 살펴보기 위해 우리는 건강한 실험 대상자의 신체적 고통에 대한 민감도가 사회적 거절에 대한 민감도와 연관되어 있는지 여부를 조사했다. 한 연구에서는 기본적으로 열-고통 자극에 보다 큰 민감도를 보인 참가자들이 그후에 사회적 소외가 일어났을 때도 보다 큰 좌절감을 호소했음을 보여주었다. 두번째 연구에서는, 이전의 연구를 통해 희귀한 형태의 뮤 오피오이드 수용체 유전자OPRM(옮긴이 주: 뇌에 존재하며 모르핀, 헤로인, 펜타닐 등의 진통제와 결합하여 진통 효과를 내는 뮤 오피오이드 수용체의 정보를 담고 있는 유전자)를 가지고 있어 신체적 고통에 보다 큰 민감도를 보인다는 것이 확인된 사람들을 대상으로 삼았다. 이런 사람들은 거절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했고, 스캐너를 사용하여 사회적 소외 상황을 조사한 결과 고통과 연관된 신경의 활동(배측 전대상 피질, 전측 뇌섬엽)이 더욱 크게 증가한다는 사실이 증명되었다.
신체적-사회적 고통 중복의 두번째 결과는 한 종류의 통증을 증가하거나 감소하는 요인이 다른 종류의 고통에도 비슷한 방식의 영향을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사회적 고통을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진 요소들(사회적으로 지지를 받는다는 느낌 등)은 신체적 고통도 줄여주어야 하고, 일반적으로 신체적 고통을 경감하는 것으로 알려진 요소들(진통제 등)에는 또한 사회적 통증을 감소하는 효과도 있어야 한다. 사실 우리는 이러한 두 가지 가능성 모두를 뒷받침하는 증거를 찾아냈다. 사회적 지지가 신체적인 고통을 경감하는지 여부를 탐구하기 위해 우리는 여성 참가자들에게 여러 가지 다른 일을 하는 동안 팔뚝에 몇 차례의 고통스러운 열 자극을 가한 다음 그 불쾌함이 어느 정도인지 평가하도록 부탁했다. 여러 가지 과제 중 하나에서 참가자들은 사회적 지지를 받았고(사랑하는 배우자의 손을 잡고 있는 등), 다른 과제들에서는 그렇지 못했다(낯선 사람의 손이나 말랑말랑한 공을 쥐고 있었다). 실험 결과, 참가자들은 모르는 사람의 손이나 공을 쥐고 있을 때보다 배우자의 손을 잡고 있을 때 훨씬 통증을 덜 느꼈노라고 대답했다. 더욱 놀라운 점은, 참가자들은 단순히 배우자의 사진만을 보고 있는 경우에도 모르는 사람이나 어떤 물체의 사진을 보고 있을 때보다 훨씬 통증을 덜 느꼈다고 대답했다는 사실이다. 사회적으로 자신을 지지해주는 사람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사회적 고통뿐만 아니라 신체적 고통까지 줄어들 수 있을지 모른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주는 결과다.
내가 이러한 연구에 대해 강의를 할 때면 사람들은 자주“그 말씀이 모두 사실이라면 진통제로도 사회적 거절의 통증을 줄일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되나요?”하고 묻는다. 너무나 터무니없어 보이기 때문에 이런 질문은 보통 웃음을 자아내려는 의도일 경우가 많지만, 사실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그렇다’이다. 이 개념을 실험하기 위해 우리는 타이레놀Tylenol이 사회적 거절에 대한 민감도를 경감할 수 있는지 여부를 조사했다. 이를 위한 첫번째 연구에서는 참가자에게 3주 동안 일반적인 용량의 타이레놀 또는 위약을 투여한 다음 일상에서‘상처받은 감정’을 어느 정도 느끼는지 기록하도록 했다. 타이레놀을 먹은 참가자들은 평균적으로 9일째부터 시작하여 21일째까지 계속해서 일상생활에서 상처받은 감정을 훨씬 덜 느꼈다고 대답한 반면, 위약을 먹은 참가자들은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고 대답했다. 두번째 연구에서는 각각 다른 집단에 3주간 매일 타이레놀 또는 위약을 투여한 다음 fMRI 스캐너 안에서 가상 공 던지기 게임을 하도록 부탁했다(이 게임에서 실험 참가자들은 궁극적으로 사회적 소외를 경험했다). 첫번째 연구의 결과와 마찬가지로 타이레놀을 먹은 참가자들은 사회적으로 소외당했을 때 대조군에 비해 고통과 연관된 신경 활동(배측 전대상 피질, 전측 뇌섬엽)이 훨씬 적게 활성화되었다. 이러한 연구는 신체적 통증에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진통제 타이레놀로 사회적 고통까지 줄일 수 있다는, 어찌 보면 놀라운 사실을 보여준다.
신체적 통증과 사회적 통증 처리 과정의 중복으로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몇 가지 다른 결과는 아직 직접적으로 연구되지 않았다. 이러한 중복에 비추어볼 때, 보다 잘 이해되는 현상 중 하나가 바로 거절로 인한 공격성이다. 오랫동안 학자들은 사회적으로 거절당한 사람들이 타인에게 공격적으로 행동할 가능성이 훨씬 높다는 것을 보여주는 광범위한 증거를 앞에 두고 혼란스러워 했다. 사실 이러한 증거 중 몇 가지는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다.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일으킨 학교 내 총기 난사 사건의 범인은 사회적으로 따돌림을 받은 사람인 경우가 많다. 단순히 이 점만 놓고 보면, 거절이 공격성을 부추긴다는 결과는 그다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사회적 유대를 유지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생각해볼 때, 도대체 왜 사회적 거절을 겪은 뒤에 친사회적인 행동이 아니라 오히려 공격적인 행동을 보이는지 언뜻 이해가 가지 않는다. 거절을 겪은 후에는 사회적 유대를 다시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보다 올바른 적응 방법이 아닐까? 그러나 신체적-사회적 고통 중복에 비춰 생각을 해보면, 사회적 거절에 대한 공격적 반응이 보다 논리적임을 알 수 있다. 동물이 고통스러운 자극을 받으면 가까이에 있는 다른 동물을 공격한다는 사실은 동물 연구를 통해 잘 알려져 있다. 이러한 행동은 적응적 기능을 수행하는 것으로 보인다. 신체적으로 부상을 당할 위험에 처하면 공격을 한다는 식이다. 사회적 고통 체계가 실제로 신체적 고통 체계의 일부를 공유하고 있다면, 사회적 거절에 뒤이어 나타나는 공격적인 반응은 신체적 고통에 대한 적응 반응의 부산물일지도 모른다. 물론 이러한 반응이 사회적 거절이라는 맥락에서는 적응의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신체적-사회적 고통 중복으로 인해 야기될 수 있는 또하나의 결과는 사회적으로 위협적인 상황에서 일어나는 생리적 스트레스 반응에서 찾을 수 있다. 신체적으로 위협을 느끼는 상황이 되면 그 위협에 대처할 에너지와 자원을 동원하기 위해 생리적인 스트레스 반응(코르티솔 증가 등)이 나타난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또한 비판적이거나 적대적인 청중 앞에서 연설을 하는 경우와 같이 사회적으로 위협적인 상황에서도 코르티솔 분비 수준이 증가하는 등의 유사한 생리적 반응이 나올 수 있다는 사실 역시 증명되어 있다. 이러한 반응은 에너지 자원을 동원하여 신체적인 위협이 되는 상황에 대처해나가기 위한 적응 과정으로 보이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부정적인 평가를 받거나 거부당할 가능성에 대처하기 위해 에너지 자원을 동원할 필요가 있다고는 생각하기 어렵다. 그러나 두뇌에서 사회적인 위협이 신체적 손상의 위협과 같은 방식으로 해석된다면, 양쪽 상황에서 모두 비슷한 생리적 스트레스 반응이 일어나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이러한 발견에서 도출할 수 있는 결론 중 하나는, 거절이나 관계 와해가 이를 경험하는 사람에게는 신체적 고통만큼이나 큰 타격이 되며 당사자를 쇠약하게 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비록 우리는 신체적 고통을 더욱 심각하게 다루고 이를 보다 명백한 병으로 여기지만, 사회적 상실의 고통 역시 신체적 고통만큼이나 괴로울 수 있다. 이는 사회적 단절이 일어난 경우 고통과 연관된 신경 회로가 활성화되는 것으로 증명된 바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신체적-사회적 고통 중복이 우리 인간이 짊어지고 가야 할 불공평한 짐이 아닌가 하고 의아해할지도 모른다. 나는 그렇지 않다고 말하고 싶다. 물론 단기적으로는 분명히 고통스럽겠지만 무너진 사회적 관계 후에 찾아오는 비참함과 가슴 아픔은 중요한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이것이 가까운 사회적 유대를 유지하도록 담보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거절당하면 고통을 느끼는 만큼, 사람들은 거절당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을 가능한 한 피하고자 한다. 진화의 역사를 통틀어, 사회적 거절을 피하고 다른 구성원들과 긴밀한 유대를 유지할수록 생존 및 번식 확률이 높아졌다. 사회적 통증의 경험은 비록 일시적으로는 괴롭고 쓰라릴지 모르지만 사회적 유대,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생존을 촉진하는 진화적 적응인 것이다.
(본문 중 일부)
★ 저작권법에 의해 한국 내에서 보호를 받는 저작물이므로 무단전재와 복제를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