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이런 상황에
처하게 되었나
세계식량경제가 확산된 배경에는 네 가지 주요 요인이 작용했다. 국가가 주도한 산업형 농업과 다국적 식품 무역의 세계적 확산, 농산물 무역의 자유화, 식품과 농산물 부문의 모든 영역에서 초국적기업의 등장, 식료품이 투자자들에 의해 매매되는 금융상품처럼 취급되는 식량의 금융상품화 현상 심화가 바로 그 네 가지 요인이다.
식량체계의 이와 같은 주요 행위자들에 의해 생겨난 새로운 중간지대는 이 행위자들이 세계식량경제를 형성하고 있는 규범, 관행, 지배 과정 전반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이 네 가지 요인과 그로 인해 생겨난 중간지대는 이 책의 여러 장에서 자세히 다루겠지만, 먼저 간단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국가가 주도한 산업형 농업과 국제시장의 확산
선진국 정부들은 193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농업개발에 적극적으로 개입함으로써 식량경제가 세계화될 수 있는 장을 마련했다. 이 부국들은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치는 자국의 농업정책을 통해 산업형 농업을 채택하고, 농업보조금과 그 밖의 지원책을 활용해 생산을 장려했다. 선진국 정부들이 농산물의 국제무역 증대를 위한 토대를 마련한 것도 바로 이 정책들을 통해서였다.
산업형 농업의 대량생산이 널리 확산되면서 수많은 산업국가, 특히 미국, 캐나다, 호주에서 잉여 농산물이 발생했다. 1950년대 무렵에는 높은 저장비용 때문에 경제적 문제가 생겨날 정도로 농산물이 남아돌았다. 결국 해결책으로 식량원조 형태로 잉여 농산물을 기부하는 것이 1950년대와 1960년대의 농산물 무역과 원조의 주를 이루었다. 이렇게 불필요한 곡물을 처리함으로써 농산물 잉여 국가들은 자국의 국내 농업을 지원하고, 새로운 수출시장을 개발할 수 있었다.
1960년대 무렵, 선진국들은 산업국가의 농산물 생산 방식까지 수출하고자 했는데, 여기에 민간재단과 국제개발기구들의 지원과 장려책도 가세했다. 개발도상국에 산업형 농업모델을 전파한 것이 ‘녹색혁명’이다. 집중적인 농업개발지원이 1960년대와 1970년대 동안 국제원조 프로그램의 주를 이루었으며, 이 지원을 통해 전 세계적으로 산업형 농업을 확산하는 데 필요한 새로운 종자와 영농 투입재를 개발하고 보급했다.
산업형 농업생산 모델이 점차 확산되고 농산물 국제무역과 개발지원의 새로운 유형이 등장하면서 세계식량경제에 새로운 지배영역이 생겨났다. 이 중간지대는 주로 이러한 추세를 몰고왔던 동일한 행위자들, 즉 선진국 정부, 국제개발기구, 민간재단 들에 의해 형성되었다. 1970년에 일어난 세계식량경제의 위기―식량 가격의 급등과 산업형 농업의 확산으로 인한 생태계의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산업형 농업과 국제시장 참여는 특히 국제농업원조에 있어 지배적인 규범이 되었다.
2. 불공정한 농산물 무역의 자유화
농업은 국가안보라는 이유로 오랫동안 대다수 정부들에 의해 보호받았으나 최근 수십 년간 농업 부문의 무역과 투자는 점차 자유화되는 추세다. 1980년대에 IMFInternational Monetary Fund(국제통화기금)와 세계은행은 SAPStructural Adjustment Program(구조조정 프로그램) 시행을 통해 많은 개도국들이 농산물 시장을 자유화하도록 적극 장려했다. 실제로 부채가 많은 개도국들은 대부분 이 프로그램에 따라, 특히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낮추는 농업무역정책을 실시할 수밖에 없었다. 개발도상국 전역에서 이 정책이 널리 시행됨에 따라 식품과 농산물의 교역에 관한 규정이 국제개발기구들에 의해 결정되는 새로운 지배영역이 생겨났다.
농산물 무역의 자유화 흐름은 부유한 산업국가들 때문에 둔화되거나 자주 방향을 바꿨다. 그러나 1980년대에 이르러 농업 부문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정책이 더 이상 옹호받을 수 없게 되면서, 농업보조금 삭감 등 농산물 무역의 자유화를 공고히 하는 국제적 규정에 대한 요구가 생겨났다. 그 전까지만 해도 농산물 무역은 국제무역규정에서 제외된 상태였는데, 이는 1994년 WTOWorld Trade Organization(세계무역기구) 체제 하에서 AoAAgreement on Agriculture(농업협정)를 이끌어낸 우루과이라운드 무역협상에서 변화되었다. WTO의 농업협정은 농업 부문을 지배할 수 있는 또 다른 활동무대를 마련해 농산물 무역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AoA는 국내지원 및 수출장려보조금을 포함하는 부국들의 농업보조금을 줄이도록 장려해 농산물 무역을 자유화하고자 했다. 대신 개도국의 경우, 자국의 시장을 더욱 개방해야 했다. 이 협정을 통해 선진국들은 무역자유화에 몇 걸음 더 다가서게 되었지만, 선진국들이 여전히 상당한 액수의 보조금을 유지하면서 개도국에게는 불리하고 불평등한 무역의 장이 형성되었다.
2001년에 시작된 도하라운드 협상의 목표는 농업협정으로 인한 차별을 바로잡는 데 있었다. 그러나 협상은 보조금 수준과 개도국에 대한 특별대우를 두고 부국들 간, 그리고 부국과 빈국들 간의 상이한 의견 차이로 인해 10년 넘게 교착상태에 빠져 있다.
3. 초국적기업의 등장
1970년대, 선진국들이 개발도상국 전역에 곡물을 수출하고 농산물의 대량생산이 확산되도록 국가적인 지원을 하면서 농식품 분야의 거대 초국적기업들은 전 세계로 사업을 확장하게 되었다. 기업들은 자사의 상품을 전 세계에 판매할 뿐만 아니라 공급 및 가공사업을 세계적으로 확대했다. 이미 1800년대부터 광범위한 식품 국제무역에 적극 뛰어들었던 세계적인 곡물 기업들은 1970년대에 들어 재빠르게 사업 반경을 새로운 시장으로 넓혀나갔다. 또한 곡물 기업들은 속도를 높여 수평적으로는 물론 수직적으로도 사업을 확장하기 시작했다. 즉 수평적으로는 다양한 식품회사를 인수하고, 수직적으로는 수송에서 식품가공에 이르는 식품 공급사슬의 위부터 아래까지를 장악했다. 또한 산업형 생산모델이 확산되면서 1970년대와 1980년대부터 농업 투입재 기업들 또한 개도국에 잡종종자, 농약, 비료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1990년대 이후 식품 소매 기업들이 세계시장에 진출해 소비자들에게 식품을 판매했을 뿐만 아니라 세계 각지에서 신선한 식품을 직접 입수해 가공하는 사업에 뛰어들었다.
기업들은 이렇게 전 세계적으로 사업을 확장해 가면서 자신들의 필요에 맞는 세계식량체계를 적극적으로 형성했다. 농식품 초국적기업들은 다양한 수단과 새로운 지배영역을 통해 자신들의 목적에 더욱 부합하도록 세계식량경제에 영향을 미칠 수 있었다. 이러한 수단으로는 가격결정력, 즉 공급자에게 지불하는 가격은 물론 시장에서 소비자가 내는 가격을 정할 권한에서부터 사업에 영향을 미치는 정부 규정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한 로비활동과 그 밖의 수단, 세계식품공급사슬을 통제하는 민간 규정의 수립, 세계식량경제에서 글로벌 기업들의 역할에 관한 공적 담론을 형성하기 위한 적극적인 공개 토론회 참여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이런 전략을 활용해 글로벌 식품 초국적기업들은 한쪽에는 수많은 농민들을, 다른 한쪽에는 훨씬 더 많은 소비자들을 두고 그 사이에서 자신들의 필요를 중심으로 한 ―많은 양의 농산물과 먹거리가 상대적으로 소수의 기업을 통해 좌지우지되는― 세계식량체계를 형성할 수 있게 되었다.
4. 먹거리와 농업의 금융상품화
2007~2008년의 식량위기와 뒤이어 계속된 세계식품시장의 변동성으로 인해 지금껏 밝혀지지 않은 세계식량체계를 형성한 또 다른 내재된 요인이 드러났다. 최근의 식량위기에 대한 해석은 대부분 작물 기반의 바이오 연료 수요 증가로 악화된 세계 식품수급의 불균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물론 이러한 요인이 근본적인 식품가격변동에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식량정의를 주장하는 NGONon-Governmental Organization(비정부기구)들과 분석가들에 따르면 급격한 가격변동은 식품의 직접적인 수요와 공급과는 관련성이 적고, 오히려 농식품 초국적기업의 활동을 비롯해 국제무역 및 투자규칙과 관련된 금융적인 요인들과 더욱 깊이 연관되어 있다.
세계식량경제는 점점 더 ‘금융화’되었다. 다시 말해 식량경제는 금융투자 부문의 활동 및 흐름과 밀접한 관련을 맺게 되었다. 금융 부문은 수익을 내기 위한 투자처로서만 세계식량체계에 관심이 있을 뿐인데도 말이다. 농산물 선물시장―미래의 특정시점에 인도될 상품을 거래하는 시장―은 파종과 수확 시기 사이에 농민들과 그 외에 식량체계 행위자들이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날씨와 그 밖의 요소들로 인한 불확실한 시장의 위험에 대비하도록 오랫동안 기여해 왔다. 투기자들은 이 시장에 참여해 가격변화에 돈을 걸고 시장의 다른 행위자들에게 유동성, 즉 자금을 제공했다. 시장에서 허용된 투기의 정도는 급격한 가격변동을 유발하거나 식량접근성에 부적절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과잉 투기’를 막기 위해 엄격한 규정의 지배를 받아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농산물 선물시장에 뛰어든 투기꾼들의 숫자가 급격히 증가해 세계식량체계에 사실상 새로운 기준과 관행이 형성된 중간지대가 생겨났다. 농산물 선물시장에서 이처럼 금융거래가 늘어난 것은 1980~1990년대부터 선물시장 투기에 관한 규정이 완화되었기 때문이다. 은행들은 헤지펀드나 연금펀드 등 상품시장의 변동성과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는 금융상품을 다양한 대형 기관투자가들에게 팔기 시작했다. 이러한 행위자들이 2007~2008년에 농산물 선물투자에 대거 뛰어들자 식품가격이 폭등했다. 투기가 식품가격 상승의 주요 원인인지 아니면 결과로 나타난 것인지를 두고 첨예한 논쟁이 벌어졌으나, 투기로 인해 최근 몇 년간 식품가격의 변동성이 심해졌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점차 의견이 일치하고 있다. 즉, 금융투자자들이 자신들이 거래하는 실제 상품에 대해서는 거의 관심도 없으면서 세계식량체계의 새로운 중간지대를 통해 식품가격 변화에 지대한 영향을 미쳐온 것이다. 뿐만 아니라 식품의 금융상품화는 투자자들이 적극적으로 활용해 온 활동과 새롭게 연계해 외국인 토지 취득과 바이오 연료 투자로 이어졌다.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
세계식량경제를 형성한 요인, 그리고 세계식량경제를 견인한 복잡하게 얽힌 행위자들과 규칙이 농산물을 생산하고 음식을 먹는 현실과 무관한 듯해도 실상은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세계식량경제 자체는 대단히 취약하다. 따라서 농민의 생계와 식량 확보가 위기에 휘말리기 쉽고, 산업형 농업이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 또한 부정적이다. 세계식량경제의 주요 특징으로는 다음 세 가지를 들 수 있다. 이러한 특징들로 인해 음식을 먹는 행위와 식품을 생산하고 거래하는 행위의 중요한 관계 사이에 단절이 생겨났다.
1. 음식의 상품화
지난 세기에 걸쳐 세계식량경제가 확대되면서 먹거리는 점차 상품화되었다. 즉, 음식이 거래 가능한 상품이 된 것이다. 여러 면에서 이러한 흐름이 식량체계가 역사적으로 발달해 온 방식을 형성하고 있고, 동시에 그 방식이 거꾸로 흐름을 좌우하고 있기도 하다. 우리는 음식을 주로 영양의 원천과 한 사회의 문화적인 특징으로 보던 관점에서 벗어나 이제는 기업들이 생산하고 판매하고 거래하는 일반적인 상품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음식을 먹는 사람들은 단순히 ‘먹는 사람’이 아니라 ‘소비자’가 되었다. 먹거리의 상품화로 인해 세계경제에서 음식을 생산하는 행위와 음식을 먹는 행위 사이의 거리가 더 멀어진 것이다.
음식을 일반적인 상품으로 보는 시각은 사람들의 삶과 영양상태에 악영향을 미친다. 음식이 주로 시장의 논리에 따라 거래됨에 따라 개인의 경제상황이 위험에 처하면 그들의 식량안보 또한 위험에 처하게 된다. 수입식품에 의존해 온 국가들에게는 음식의 상품화가 특히 중요하게 작용해서 시장 변화에 매우 취약해진 상태다. 빌 클린턴 미국 전 대통령은 2008년 세계 식량의 날에 행한 연설에서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음식은 다른 상품들처럼 단순한 상품이 아닙니다. 스스로를 부양할 음식을 생산하는 역량을 키워주지 않은 채 텔레비전처럼 음식을 취급하면서 우리가 활동하는 수많은 나라들을 발전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소리입니다.
음식의 상품화는 물리적으로 뿐만 아니라 추상적인 형태로도 이루어지고 있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농산물과 식품을 기반으로 한 금융상품이 생겨난 것이다. 이러한 식품의 금융상품화 현상은 실제로 음식의 상품화를 새로운 무형의 영역으로 이끌었고, 그 결과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에서 일어나는 거래 과정이 길어짐으로써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의 거리는 더욱 멀어졌다. 또한 음식의 상품화는 가격을 결정하는 수요와 공급 원칙에도 영향을 미쳐 식품가격은 수확 규모에 따른 요인들 못지않게 전반적인 투자 정세에 따라 결정되고 있다.
2. 세계식량체계의 불균형과 변동성
현 세계식량체계의 두 번째 주요 특징은 불균형이 심각하다는 것이다. 세계의 최빈국들 중 일부는 지난 50년간 자국의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수입식품에 더욱 의존하게 되었고, 최근 들어 전 세계에서 굶주리는 사람들의 수는 급증해 이미 언급했듯 2009년 처음으로 10억 명을 넘었다. 수입식품에 대한 의존과 기아인구의 증가는 여러 면에서 식량원조정책과 국제 농산물 무역의 불균형과 연관이 있다.
한편 이러한 상황에서도 부유한 산업국가들은 잉여 농산물을 생산해 생산량 중 높은 비율을 수출하고 있다. 잉여 농산물이 발생하게 된 것은 대량생산과 농산물 수출을 장려한 농업 및 무역 정책 때문이다. 선진국에서 생산을 우선시하는 정책은 국가안보 문제로 인식되었으나, 정작 이 정책은 세계의 빈국이 스스로를 부양할 역량에 영향을 미쳤다. 이러한 상황의 아이러니는 조지 W. 부시 미국 전 대통령이 ‘전미 미래 농업인 모임’에서 가진 2001년 연설에서 분명하게 드러났다.
국민을 먹여 살릴 만큼 충분한 식량을 재배할 수 없는 나라를 상상할 수 있습니까? 그런 나라는 국제적인 압력에 시달릴 것입니다. 위험에 처한 나라가 될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가 미국 농업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다름 아닌 국가안보 문제를 논하는 일입니다.
세계식량경제에는 이러한 불균형에 더해 변동성마저 존재한다. 국제무역에 더욱 의존하고, 상대적으로 소수의 초국적기업들이 활동하며, 식품의 금융상품화가 증대됨에 따라 세계식량경제는 급격한 변화에 취약해지면서 더욱 요동치게 되었다. 관련 규정이 변화되지 않는 한, 2007~2011년 동안 발생한 식품가격 폭등은 현 세계식량체계의 영구적인 특징으로 남을 것이다. 이러한 결과는 매우 심각한 상황이며, 현 세계식량체계의 불평등한 식량접근성으로 인해 더욱 악화되고 있다.
3. 세계식량체계의 생태학적 취약성
현 세계식량체계의 세 번째 주요 특징은 생태학적 취약성이다. 지난 50년에서 100년 사이에 산업형 농업모델―잡종종자, 단일경작, 관개, 기계화, 화학투입재―이 확산되면서 생태계에 미치는 부작용이 광범위하게 나타났다. 전 세계적으로 채택된 이 모델은 세계식량경제가 세계화되는 데 큰 역할을 했지만, 그로 인한 결과는 참혹했다. 단일경작 확산으로 소수의 작물 생산에만 집중함에 따라 생물다양성이 대폭 줄어들었고, 영농의 기계화와 경작지 남용으로 인해 토양이 고갈되었으며, 화학비료와 농약 사용으로 땅은 오염되었고, 물 부족 현상이 심화되는 등 그 부작용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오늘날에는 많은 사람들이 ‘전통적인’ 산업형 농업모델이 유발하는 환경문제에 대해 인식하고 있다. 대량생산을 특징으로 하는 이 산업형 모델은 지난 1세기 동안 부국은 물론 지난 50년 동안 행해진 녹색혁명의 일환으로 빈국에서도 채택되어 왔다. 이러한 현재 상황은 많은 이들에 의해 위기라고 표현된다. 천천히 진행되고 있으나 세계식량안보의 미래에 심각한 문제를 불러올 수 있는 위기 말이다. 그러나 산업형 농업이 생태계에 해를 끼친다는 주장에는 의견이 일치하면서도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며 불확실한 것투성이다.
이 논쟁의 한쪽에는 적대적인 자연환경에서도 자랄 수 있는 유전자조작 종자를 개발해 산업형 모델의 약점을 개선함으로써 대량생산을 지속하자고 주장하는 측이 있다. 산업형 농업 옹호자들은 오염된 토양과 가뭄을 이겨내고 해충에 저항하는 작물을 개발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적대적인 환경조건은 특히 개발도상국, 그 중에서도 아프리카에서 기후 변화로 인해 더욱 일반화될 것이기 때문에 그들로서는 유전자조작 작물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만이 앞으로 나아갈 방향이다. 즉, 세계는 더욱 예측 불가능해진 기후 변화에 맞서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야 하며, 수확량 감소로 인한 기아에 대처해야 한다는 것이다.
논쟁의 다른 한쪽에는 저투입농업, 즉 사이짓기와 다양한 전통적인 종자의 사용을 비롯해 유기농 비료 사용을 통해 토양에 영양을 공급하고 농약 사용을 최소화하는 병해충 종합 관리 같은 농업방식을 주장하는 이들이 있다. 이들은 이미 산업형 농업으로 인해 직면해 있는 환경문제를 가중시킬 뿐인 유전자조작 작물을 대량으로 수용할 경우 발생할 위험에 대해 강조한다. 전통적인 다양한 작물을 보호함으로써 생물다양성을 보전하는 다각화된 접근 방법이 없다면, 세계 농업은 자생력을 잃고 기후 변화에 따른 위험에 더욱 취약해질 것이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본문 중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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