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살길을 찾아야 했어.
물건을 모두 다복이 손이 안 닿는 곳으로 치웠어.
언젠가 어느 집에서 아이 둘을 두고 엄마 아빠가 일하러 나갔는데
아이들이 성냥불을 켜고 놀다가 불이 나서 죽었다는 이야기를 들었거든.
기저귀를 두툼하게 채우고, 공 하나만 방에 놓고 밖으로 나왔지.
새 직장을 찾으러 나서는 길이었어.
자물쇠를 밖에서 걸 때는 걷잡을 수 없는 눈물이 흘렀대.
엄마는 겨우겨우 새 직장을 찾았대.
집집마다 돌아다니면서 책을 파는 일이었어.
한 해 가까이 이 직장에 다니는 사이에
다복이는 방 안에서 혼자 지내야 했어.
세 살이 되었을 때 다복이는 걷기도 힘들어 하고
고개를 들 수도 없게 되었대.
엄마는 다복이와 함께 죽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더군.
한 날은 그 직장에서 하는 교육 시간에 할아버지 한 분이 왔어.
여러 사람이 모여 함께 농사짓는 시골에서 온 분이야.
이 할아버지가 마을을 이루고 사는 공동체 이야기를 하자
다복이 엄마가 매달렸대.
"저도 우리 애와 함께 그곳에 가서 살면 안 될까요?"
그렇게 해서 다복이네는 시골로 왔어.
깜깜한 방 안에서만 지내던 다복이에게는 모든 게 낯설었지.
강아지가 꼬리치면서 다가와도 무섭기만 한 거야.
그래서 막 소리치면서 울었대.
엄마가 아궁이에 불 때느라고 잠깐 자리를 비워도
까무러칠 듯이 우는 거야.
잠깐도 엄마 치맛자락을 놓지 않았어.
(본문 중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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