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그래서, 나는 말했다. 우리는 거기에 있었다고, 나는 내 수염, 이 회색빛 수염을 만지며 말했다. 나는 이제 더이상 젊은이라 할 수 없었지만, 그렇다고 늙은이도 아니었다. 늙어가는, 그렇다 늙어가는 남자라 할 수 있을 것이었다. 더도 덜도 아닌, 그리고 곧 이렇게 비에르그빈에 배를 끌고 오는 일도 끝날 것이었다. 여기까지 오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비에르그빈 부두에 닻을 내리고 술집이나 카페에 앉아 시간을 보낼 뿐인데, 그렇다 특히 푸글렌이라고들 부르는 곳에서, 그리고 마탈렌과 시스테 보텐, 그리고 카피스토바—그 비슷한 가게를 돌아다니거나 선실에 머무르는 것 말고는 할 일이 없었다. 그렇다 첫날, 또는 처음 며칠 동안은, 사야 할 것이라도 있었다. 늘 무엇인가. 이따금씩 이것저것. 내게 필요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것들. 그래서 집 거실 탁자 위에 자리한 메모지에 적어둔 것들. 대부분 바임 상점에서는 구할 수 없었지만, 그러나 필요한 것들이었다. 필요한 건 매번 달랐고 그게 뭐가 될진 알 수 없었다. 그렇다 긴 시간 그렇게 나는 내게 필요한 거의 모든 것을 차츰차츰 갖추게 되었지만, 헐거워진 단추를 다시 달기 위한 바늘 한 개와 검은 실 한 타래는 없었다. 그것들이 올해 필요한 물건이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 비에르그빈 시내에서 단 한 개의 바늘과 단 한 뭉치의 검은 실을 사는 것이 이렇게 어려우리라고 생각이나 했을까. 노르웨이에서 두 번째로 큰 이 도시에서 말이다. 거의 믿기 어려울 정도였다. 이곳의 상인들과 점원들은 바늘 한 개와 실 한 타래 같은 시시한 물건을 파는 일에는 전혀 관심이 없어 보였다. 왜냐하면 나는 이 옷가게 저 옷가게를 전전했지만 어디에서도 그런 물건을 팔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들은 그저 없다고, 그런 건 취급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들의 대답, 그들의 표정 뒤에는 비웃음이 미묘하게 숨어 있는 것 같았다. 그런 것들을 어디서 살 수 있느냐고 물었을 때도, 똑같이 모른다고 답했다. 게다가 덧붙이기를 거기, 그들의 가게에서는, 바늘과 실은 팔지 않고, 오직 기성복만 판다고 했다. 그리고 만약 내가 원한다면, 또는 그럴 수 있다면, 나는 얼마든지 새 옷을 살 수 있지만, 그리고 누군가, 혹은 몇몇 사람이, 내게 새 옷이 필요할지도 모른다고 넌지시 암시했지만, 나는 새 옷이 필요하지 않았다. 나는 이미 가지고 있는 옷만으로도 충분히 잘 지낼 수 있었다. 그렇다고 내가 거지나 그런 사람들처럼 보이는 것도 아니었으니까, 나를 그렇게 보는 사람이 있을 순 있다고 쳐도, 이들 기성복 매장에는 옷이 넘쳐났고, 아마도 그래서 점원들이 내게 옷이 필요하다고 넌지시 암시했을 것이다. 그래서 내게 실과 바늘을 팔지 않겠다고 했을 것이다. 하지만 마지막 가게에 들어서니 등이 구부정한, 정장 차림의, 심지어 분홍색 넥타이까지 맨 사람이, 내게 바늘 한 개와 검은색 실 한 타래를 사고 싶다면 맞춤옷을 하는 양복점에 가보라고 말했다. 내가 용기를 내어 어디로 가면 되는지 물었을 때 가게 점원은 웃음을 터뜨렸다. 아니 그는 가게 주인일지도 몰랐다. 입을 크게 벌리고 한참을 웃던 그는 자기가 그걸 어떻게 아느냐고 말했다. 그리고 예전에는 스코스트레데에 늘 양복점이 있었는데, 그건 아주 오래전이라고, 정말 옛날이라고, 비에르그빈은 물론 저멀리 해안에 있는 스트릴레란데에도 양복점이 있던 건 매우 오래전 일이라고 말했다. 그와 동시에 한 여자가 정장 차림에 분홍색 넥타이를 맨 남자가 기대서 있던 계산대 뒤편 문에서 나와 손님에게 필요한 도움을 주었느냐고 신경질적으로 그에게 물었다. 어, 그게 그러니까, 정장 차림의 분홍색 넥타이를 맨 남자는 그렇게 말하고는, 내가 바늘 한 개와 검은색 실 한 타래를 사고 싶어한다고 웅얼거렸다. 그녀는 헐거워진 단추를 다시 달려는 것인지 물었고 나는 그렇다고 대답했다. 그녀는 물건을 가져오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녀가 방금 나왔던 그 문으로 다시 들어가자 분홍색 넥타이를 맨 남자는 그렇다고, 거보라고, 자기는 모르는 것도 많고 할 수 없는 것도 많다고 말했다. 그래서 나는 그에게 이 가게에서 최근에 일하기 시작했느냐고 물었고 그는 평생 그곳에서 일해왔다고 대답했다. 아주 어렸을 때부터라고. 그리고 바늘과 실을 가지러 간 사람은 그의 어머니이며, 그의 불행한 아버지가 너무 일찍 세상을 떠나서, 어머니가, 그의 표현으로는, 가게를 물려받았다고 했다. 그리고 그 자신은 인생에서 더 나아가지 못하고 지금껏 그저 어머니를 보조하며 계산대 앞에서 일해왔을 뿐이라고 했다. 그는 또 단언하기를, 자신의 어머니는 뭐든 팔 수 있는 사람이며, 심지어 필요하다면 자기 할머니까지도 팔 수 있을 거라고 했다. 적어도 비에르그빈의 진취적인 상인들은 다들 그렇다면서. 그리고 그가 말하기를, 이제 그의 어머니는 위층, 그러니까 그들이 사는 집으로 올라가서, 그녀의 반짇고리에서 바늘과 실을 찾아냈을 거라고, 집에서 뭔가 가져와 가게에서 파는 일, 그녀가 그런 짓을 하는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라고, 그의 아버지 옷장이 그렇게 해서 사라져버렸고, 물론 시간이 좀 걸리긴 했지만, 결국 모두 팔아치웠다고. 그러니 아마 나도 바늘과 실을 살 수 있을 거라고, 그가, 그러니까 그 여자의 아들이 말했다. 그리고 우리는 거기 멍하니 서 있었고, 잠시 후 계산대 뒤쪽 문이 열리며 다시 모습을 드러낸 여자가, 검은색 실 한뭉치와 실타래에 꽂힌 바늘을 들어올렸다. 내가 볼 수 있도록, 그리고 바늘과 실이 여기 있다고, 과부이자, 어머니이며 비에르그빈의 옷가게 주인인 그녀가 말했다. 손님이 찾는 것이라면 뭐든 다 팔 수 있다고 말하는 그녀의 말에는, 언뜻 자부심이 섞여 있는 것도 같았는데, 그 말을 들은 분홍색 넥타이에 정장 차림의 아들은 어깨를 으쓱했다. 그는 딱히 젊은이는 아니었고, 오히려 남자 노처녀 같아 보이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내가 그런 생각을 할 만한 처지는 아니었다. 솔직히 말해 나 자신도 그 못지않게 노처녀 같은, 아니 그보다 더 노처녀 같은 사람일지 모르니까. 왜냐하면 분홍색 넥타이를 매고 있는 그 아들보다 내가 훨씬 나이가 많아 보였으니까. 그렇지만 내게 여자 같은 구석은 전혀 없었다, 전혀. 하지만 거기 있는 그 남자, 그러니까 여자의 아들, 정장 차림을 하고, 분홍색 넥타이를 맨 그 남자는, 남성적인 것만큼이나 여성적이기도 했는데, 아마 그래서 나도 모르게 그런 표현, 노처녀라는 단어를 떠올렸던 것 같다. 반면 남자처럼 행동했고 생긴 것도 남자 같은 그의 어머니가 바늘 꽂힌 실타래를 쥔 손을 내밀었다
250크로네입니다, 그녀가 말했다
나는 깜짝 놀랐다, 검은 실 한 타래와 바늘 한 개에 250크로네라니, 그렇다 비에르그빈 사람들이 터무니없이 비싸게 물건을 판다는 건 누구나 다 안다. 하지만 이건 너무 심하지 않은가, 그 정도라면 비에르그빈에서도 말이 안 되는 가격일 것이었다, 아니, 그건 핏값이었다, 그래 그 말이 딱 맞았다, 핏값만큼이나 비싼, 그 외에는 달리 표현할 길이 없었다, 그 돈이면 나는 새 옷 한 벌, 아니 여러 벌을 살 수도 있을 것이고, 그만큼의 돈을 주고 산 양복이라면 단추가 헐렁해져 꿰맬 일도 없을 테니까, 그건 언제나 번거로운 일이었다, 바늘귀에 실을 꿰는 것만 해도 나는 오랜 시간을 들여야 했기 때문이다, 내 시력은 그리 좋지 않아서, 바늘귀를 보기 위해 안경을 써도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
자, 계산대 뒤에 오만하게 서 있던 그녀가 말했다
이제 어떻게 하시겠어요, 그녀가 말했다
(본문 중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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